망한 이번 삶, 다시 태어나 리셋…줄잇는 안방극장 회귀물

웹툰 원작 ‘이재, 곧 죽습니다’·’내 남편과 결혼해줘’ 등

“‘이생망’ 정서 가진 청춘들에게 대리만족”

왼쪽부터 ‘이재, 곧 죽습니다’·’내 남편과 결혼해줘’
[티빙·tvN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이승미 인턴기자 = 쓰라린 실패를 안고 생을 마감한 주인공이 다시 태어나 ‘인생 2회차’를 시작한다.

안방극장에 다시 회귀물 열풍이 불고 있다.

31일 방송가에 따르면 지난해 최고 히트작인 ‘재벌집 막내아들’이 자체 최고 시청률 26.9%로 막을 내린 지 1년여 만에 잇따라 회귀물들이 등장하고 있다.

최근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이재, 곧 죽습니다'(이하 ‘이재, 곧’)는 주인공이 ‘인생 n회차’를 경험하는 과정을 속도감 있게 풀어내며 인기를 끌고 있다.

‘이재, 곧’은 주인공 최이재(서인국 분)가 극단적인 선택으로 죽음에 이른 벌로 죽음(박소담)이 내린 심판에 의해 처벌받는다는 내용을 그린다.

티빙 ‘이재, 곧 죽습니다’
[티빙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죽음이 내린 벌은 죽음을 앞둔 열두 명의 몸 안에 들어가 열두 번의 죽음을 경험하라는 것. 다만 다가오는 죽음을 피하면 그 몸으로 남은 수명을 누리며 살 수 있다는 조건이 딸려 있다.

이미 한번 목숨을 끊었던 최이재는 대기업 후계자, 영화 같은 인생을 사는 폭력조직 소속 암살자, 잘생긴 외모 덕에 많은 것을 누리며 살아온 모델 등의 몸으로 다시 깨어난다.

전보다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이 생긴 최이재는 다시 살고 싶어진다. ‘인생 n회차’를 거듭하면서 경험치가 쌓이고, 눈앞의 ‘죽음’을 속이는 반격을 시작한다.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인생과 죽음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드라마인 것 같다”, “그런데도 살아갈 용기를 얻었다”, “매회 스토리가 개연성 있고, 전개가 빨라서 몰입감 있다” 등의 호평이 나온다.

티빙 ‘이재, 곧 죽습니다’
[티빙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해외 시청자들의 반응도 심심치 않다.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아마존프라임비디오를 통해 240개국에 공개된 ‘이재, 곧’은 일주일 만에 전 세계 43개국에서 톱10에 진입했다.

지난 3일 종영한 MBN 드라마 ‘완벽한 결혼의 정석’도 웹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회귀물이다.

남편이 사실 여동생을 사랑해서 자신과 결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한이주(정유민)는 죽음의 순간에도 간절하게 복수를 염원한다. 눈을 뜨고 보니 결혼 전 시점에서 다시 태어난 이주는 남편과 가족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여동생 유라가 사랑한 남자 서도국(성훈)과 계약 결혼을 선택한다.

tvN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
[tvN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내달 1일 처음 방송하는 tvN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도 절친과 남편의 불륜을 목격한 여자의 통쾌한 복수를 그린 회귀물이다.

드라마는 가장 친한 친구와 남편의 불륜 현장을 목격하고 살해당한 강지원(박민영 분)이 10년 전으로 회귀해 인생 2회차를 경험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원래는 참는 게 익숙한 사람이었지만, 삶의 태도를 180도 전환하고 운명을 바꿔나간다.

죽었다가 되살아난 주인공이 앞서 살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삶을 재설계하는 서사를 특징으로 하는 회귀 판타지물은 고단한 삶을 살던 주인공이 인생 역전에 성공하는 판타지는 누구에게나 있는 욕망이란 점에서 인기가 높은 소재다.

웹툰과 웹소설 분야에서 먼저 주류 장르로 자리 잡았고, 인기작들이 영상화되면서 방송가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tvN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
[tvN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다시 태어나서 인생을 리셋하는 판타지 회귀물은 여러 번의 삶을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소재”라며 “특히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 정서를 가진 청춘들에게 주는 대리만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어 “웹툰과 웹소설에서 넘어와 드라마에서도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데, 작품이 장르적인 매력 외에도 충분한 경쟁력을 가졌는지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cou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