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서 성추문 佛국민배우 영화 편성 제외 두고 논란 가열

프랑스 배우 제라르 드파르디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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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스위스 공영방송이 성 추문으로 비판받는 프랑스 국민배우 제라르 드파르디외의 영화 일부를 연말·연시 기간 프로그램 편성표에서 뺀 것을 두고 스위스 각계의 논란이 가열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선 배우 출연 금지가 아닌 출연작 방영 금지는 합리적이지 않다는 의견과, 성폭력 피해자들과 연대하고 대중의 감성을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이 정치권과 문화계에서 치열하게 맞선 양상이다.

7일(현지시간) 스위스 언론에 따르면 논쟁의 발단은 현지 공영방송 RTS가 작년 말 드파르디외 주연작들의 연말·연시 방송을 보류하기로 한 결정이다.

드파르디외는 2018년 북한 방문 시 여성 혐오와 음란 발언을 쏟아냈다는 고발 다큐멘터리가 지난달 7일 프랑스에서 방영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는 과거 알고 지내던 20대 여배우를 성폭행한 혐의로 2020년 말 기소됐으며, 프랑스 여배우 엘렌 다라와 스페인 언론인 루트 바자에 의해 성폭력 혐의로 고소당하기도 했다.

RTS는 이처럼 드파르디외를 둘러싼 추문들을 근거로 “특정 프로그램이 대중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을 경우 편성에서 뺄 수 있다”며 편성 보류 결정을 내렸다. 프랑스와 벨기에, 캐나다 일부 방송 채널에서도 유사한 결정을 했다고 RTS는 전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RTS의 결정에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급진 자유당 소속인 필립 난터모드 스위스 연방 하원의원은 “RTS가 제 발등을 찍는 결정을 내렸다”면서 “공영방송의 역할은 누군가를 가르치려 하거나 일부 전문가들이 설정한 의제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현지 신문 ‘르 텅’에 말했다.

같은 신문에는 반대 진영 정치인의 인터뷰도 실렸다.

녹색당 소속인 니콜라스 발더 하원의원은 “대중의 감성을 보호하려는 RTS의 용기와 헌신에 경의를 표한다”며 편성 보류 결정을 옹호했다.

문화계의 평가도 엇갈렸다. 스위스 영화감독 제이콥 버거는 “일반적으로 영화 자체의 상영을 막는 것은 나쁜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명성이 높지만, 학대 행위를 한 사람의 영화나 관련 이슈를 다루는 프로그램을 통해 논의를 더 해 보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방송 제작자인 폴린 기각스는 “RTS의 결정은 합리적이라고 본다”면서 “영화 상영을 멈추는 것은 성차별과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그들의 목소리를 경청한다는 것을 알리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RTS는 예상 밖으로 논란이 커지자 당혹스러워하는 눈치다.

작년 2월 프랑스 배우 피에르 팔마드가 약물 중독 상태로 운전하다가 교통사고를 냈을 때도 RTS는 그의 영화 편성을 보류한 적이 있지만, 이번처럼 논란이 크게 일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RTS의 마르코 페라라 대변인은 “우리의 프로그램 편성은 시청자가 채널을 돌리지 않도록 선호도에 따라 조정하는 것이고 실제 방영이 중단된 것은 드파르디외가 주연을 맡은 영화 한 편뿐이었다”면서 “이 정도의 조정이었는데 많은 반응이 터져 나왔던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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