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대중성·팬덤 구축해 열풍…발라드 리메이크도 인기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K팝 음원 차트가 ‘걸그룹·옛 발라드·임영웅’ 삼파전으로 고착화하는 양상이 새해에도 이어지고 있다.
가요계에서는 이들이 워낙 막강한 ‘파워’를 자랑하다 보니 신곡이 이를 뚫고 자리 잡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고인물’ 된 K팝 음원 차트…장기 진입곡 다수
지난 9일 기준 국내 최대 음원 플랫폼 멜론 일간 차트를 살펴보면 상위 20위 가운데 발매 1개월 내 신곡은 이무진의 ‘에피소드'(10위·작년 12월 13일) 단 한 곡뿐이었다.
1∼3위에 오른 걸그룹 르세라핌의 ‘퍼펙트 나이트'(Perfect Night), 임재현의 ‘비의 랩소디’, 소녀시대 태연의 ‘투엑스'(To.X)는 각각 지난해 10월 27일, 12월 3일, 11월 27일 나왔다.
차트 상위권에는 심지어 엑소의 ‘첫 눈'(5위·2013년 12월), 범진의 ‘인사'(7위·2021년 12월), 성시경의 ‘너의 모든 순간'(18위·2014년 2월) 등 발매 수년이 지난 노래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일간 차트에는 최신곡 대신 걸그룹 히트곡, 발매된 지 오래됐거나 옛 히트곡을 리메이크한 발라드, 가수 임영웅의 노래가 대거 포진했다.
지난해 걸그룹 뉴진스는 히트곡 ‘디토'(Ditto)로 무려 14주 연속 멜론 주간 차트 1위를 기록해 역대 최장 기록을 세웠고, 임영웅은 하루가 멀다고 기존 발표곡으로 ‘차트 줄 세우기’를 선보였다.
과거 히트한 발라드를 리메이크한 ‘심'(心), ‘물론’, ‘아이 러브 유'(I Love You) 등도 차트에 장기 진입 중이다.
가요계의 한 관계자는 “걸그룹이 대중의 ‘픽'(Pick)을 받는 동시에 막강한 팬덤까지 구축한 상황”이라며 “다양한 아티스트가 경쟁을 펼치던 예전과는 트렌드가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가요계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서 과거 발매된 성시경이나 멜로망스 등의 발라드가 간간이 차트 상위권에 올라 소비되면서 ‘뉴트로 트렌드 음악’처럼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고 짚었다.
이에 TV 음악 프로그램에서는 1위 주인공이 출연하지 않는 경우도 빈번하다.
TV 음악 프로그램에서는 음반 판매량·유튜브 조회수 등과 더불어 음원 성적이 주요한 순위 집계 기준인데, 음원 차트 최상위권이 너무 공고하다 보니 이를 뚫고 올라간 뒤에는 이미 활동이 끝난 뒤라는 것이다.
◇ 소비 패턴 변화도 영향…”신곡 홍보 너무 어렵다” 볼멘소리도
가요계에서는 차트 고착화 현상의 원인으로 걸그룹 열풍에 더해 소비 패턴의 변화에도 주목한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요즘 음악 팬은 원하는 노래를 찾아 듣기 보다는 ‘톱 100’ 순위를 긁어서 듣거나 유명 플레이리스트 추천 음악을 듣거나 틱톡 등의 챌린지에 나오는 음악을 수동적으로 듣는 경우가 많다”며 “이 때문에 한 번 차트에 든 곡이 빠지지 않고, 신곡이 빛을 보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특히 신인이거나 중소 기획사 소속 가수는 음원 차트 100위 안에 들어가기도 쉽지 않다.
한 중소 기획사 관계자는 “국내 음원 차트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성적이 방송 출연 등과 이어지기에 이를 신경 쓰지 않을 수도 없다”며 “이에 음원 앱에서 눈에 잘 띄는 코너에 배치하거나, 유통사와 연계된 유튜브 콘텐츠에 출연하는 등의 노력을 쏟는다”고 말했다.
가요계에서는 신곡의 노출도가 높아지도록 차트를 개편하는 시도도 이뤄졌다.
국내 최대 음원 플랫폼 멜론은 30일 혹은 100일 내 발매곡을 대상으로 최근 1시간 이용량만 반영하는 ‘핫 100’ 차트를 지난해 6월 도입했다.
멜론 관계자는 “팬과 업계 모두에서 최신곡과 트렌드의 빠른 반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며 “특히 신곡 홍보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 기획사 쪽에서 개선 요청이 많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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