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사학자 김영나가 정리한 한국근대미술사…’한국의 미술들’

1880년대부터 해방까지 근대미술 짚어…회화부터 건축·공예·사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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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한국 미술사에서 근대(近代)미술은 아직 명확하게 정립되지 않은 분야다. 한국 근대미술의 기점을 두고도 관점에 따라 서양 각국과 통상조약을 맺고 서양 문물을 수용하는 1880년대나 1894년 갑오개혁, 유화 화가들이 등장하는 1910년대 등 다양한 주장이 있다. 또 그 범주와 시대 구분 역시 정리되지 않았다.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지낸 미술사학자 김영나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명예교수는 한국 근대미술의 서막을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벗어나 국제사회에 발을 내디디는 1880년대로 제시한다.

최근 출간된 김 교수의 책 ‘한국의 미술들: 개항에서 해방까지'(워크룸프레스)는 제목 그대로 서구 국가들과 수교를 맺었던 1880년대부터 일제 강점기가 끝나는 1945년까지 한국 근대미술사를 살피는 개설서 성격의 책이다.

김 교수는 지난 2020년, 해방 이후부터 2010년까지 미술을 다룬 ‘1945년 한국 현대미술’을 펴내기도 해 이번 책 출간으로 한국 근현대미술사 전반의 흐름을 정리했다.

김 교수는 “그동안 근대미술을 연구하면서 그 격동하는 역사적, 사회적 배경 속에서 서술한 개설서가 있었으면 했던 아쉬움에서 쓰기 시작한 책”이라고 밝혔다.

책은 이전에 나온 근대미술사 관련서들 상당수가 회화나 조각 중심이었던 것과는 달리 건축, 공예, 사진, 전시, 수집 관련 내용까지 폭넓게 담았다.

김영나 전 국립중앙박물관장
[한국박물관협회 제공.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양 문화를 받아들이면서 생활방식과 사고방식에 큰 변화가 나타나면서 회화나 조각 같은 순수미술보다는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건축이나 사진 같은 새로운 시각 미술에서 근대미술이 시작됐다는 관점에서다.

공공장소에서 전시품을 모아 대중들에게 소개하는 공진회, 박람회 같은 전시 문화의 시작이나 시각 미술에서 순수미술이 아닌 신문이나 잡지의 삽화, 표지그림 같은 분야에서 도시적 근대성이 먼저 포착되기 시작했다는 점, 오늘날의 화랑처럼 전시도 하고 판매도 하는 서화관의 등장, 경성미술구락부를 통해 이뤄졌던 경매, 해외의 한국 미술품 수집 등 여러 제도의 등장과 환경 변화까지 설명하며 근대미술을 둘러싼 풍경을 종합적으로 조망한다.

저자는 아직 근대미술작가들의 생애사나 제작연대, 작품 제목 등에서 불확실한 부분이 많이 남아 있는 만큼 연구가 더 진전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이제 대학에서도 근대 한국미술사 과목이 개설되고 있어 세계미술사 속에서 한국 근대미술의 흐름을 서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228쪽. 3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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