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 인터뷰…”대전관 완성되면 분관장 체제 논의”
“추가 분관은 비효율적…어린이부터 노인까지 줄 서는 전시 할 것”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미술관의 소장품 중 해외 작품 확대를 위해 기증을 유도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관장은 또 국립현대미술관의 국문 명칭을 ‘국립미술관’이나 ‘국립근현대미술관’으로 바꾸는 문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내놨다.
김 관장은 지난 12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진행한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미술관 운영 계획과 현안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중도 퇴임한 윤범모 전 관장의 뒤를 이어 지난해 9월18일 취임한 김 관장이 언론 인터뷰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국립현대미술관이 지난 9일 중기 운영 방향 중 하나로 해외 작품 소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것과 관련해 “이제 국립현대미술관이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미술관 대열에 가까이 가고 있는 시점”이라며 해외 작품 컬렉션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미술관 자체 예산으로 해외 작품 구입을 늘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 후원회와 개인 컬렉터들의 기증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김 관장은 “미술품 물납제(상속세 등 세금을 미술품으로 내는 것)가 도입되는 등 환경은 좋은 편”이라면서 “국내 컬렉터 중 좋은 해외 작품을 가진 이들에게 명예를 주는 등 명분을 만들어 기증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관장은 또 현재 추진 중인 대전관이 완성되면 국립중앙박물관처럼 분관장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은 관장이 서울관과 덕수궁관, 과천관, 청주관 등 4개관을 모두 책임지는 단일 조직 체제다.
그는 “분관마다 수장이 있어 특성화해야 하는 시점이 왔다”며 “대전관 건립이 늦어지고는 있지만 대전관이 완성되면 분관장 체제가 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문화체육관광부와) 직제 마련을 위한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 관장은 대전관 외에 추가로 분관을 두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그는 “지역별로 시립·도립미술관이 다 있는데 그렇게 하드웨어(분관)를 세우고 관객을 나누는 것이 효율적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면서 “분관을 만들더라도 자생적으로 운영되지 못하고 국립현대미술관의 전시를 돌리는 수준이라면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분관을 세워야 하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지역이 아닌 이상 분관을 추가로 두기보다는 지역 미술관에 국립현대미술관의 미술품 복원 기술 등을 제공하고 미술품 수집관리시스템 등 소프트웨어를 공유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언급했다.
국립근대미술관을 설립하자는 미술계 일부 주장에 대해서도 “근대미술의 시기 구분도 이론적으로 정립되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그런 부분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하지만 이른 시일 내 될지는 의문이고 복잡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대신 국립현대미술관의 이름을 ‘국립미술관’이나 ‘국립근현대미술관’으로 바꾸는 안을 연구해보겠다고 밝혔다. 이미 국립현대미술관의 영문 명칭인 ‘내셔널 뮤지엄 오브 모던 앤드 컨템포러리 아트'(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Korea)로 ‘근대’의 의미가 들어있는 만큼 국문 이름 때문에 미술관의 역할이 한정되어서는 안 된다는 판단에서다.
김 관장은 명칭을 바꾸면 국립미술관으로서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현재의 미술관 틀 안에서 근현대미술을 아우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건희 컬렉션을 한데 모아 전시하는 이건희 기증관 건립에 대해서도 “이건희 회장의 취향을 (이건희 컬렉션으로) 한정 짓고 이해의 폭도 좁히는 일이 될 수 있다”며 고개를 저었다.
김 관장은 또 많은 해외의 유수 미술관에서 교류 제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한국미술이 세계에 진출하는 데는 이론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관장이 지난 9일 발표한 중기 계획의 하나로 석학급 해외 학자에게 한국 체류 기회를 제공해 한국 미술 현장을 직접 경험하도록 하는 ‘MMCA 리서치 펠로우십’을 내놓은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K컬처의 세계화 부문에서 미술은 이론화가 약하다”면서 “한국의 미술 운동이나 경향을 연구해 이론을 조성하고 해외의 대형 출판사에서 출판하는 환경을 만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9월18일 취임해 오는 18일로 취임 4개월째를 맞는 김 관장은 “그 동안 국립현대미술관의 전시가 ‘대국민 서비스’라는 면에서는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서 “조금 더 일반 국민들 대상의 전시가 확장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전시가 반드시 어려울 필요도 없고 세대를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라면서 “올해 전시 계획은 이미 다 정해진 만큼 내년쯤 아이들부터 노인들까지 줄을 서서 보는 전시를 계획 중”이라고 소개했다.
관장 선임 과정에서 김 관장은 다른 후보들보다 행정 경험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그는 “맞는 지적”이라면서 “공무원도 처음 해보고 이렇게 큰 기관의 장도 처음이다. 비영리 공간의 소규모 운영(매니지먼트)만 해봐서 큰 기관을 맡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그는 “몇 개월 해보니 (행정기관을 운영하는) 프로세스는 배우고 익히면 되는 것 같다”면서 “중요한 것은 결국 소통이고 행정에서도 많은 부분을 소통으로 풀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관장은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에 320만명의 관객이 방문해 2022년 282만명보다 14% 관객이 늘었다고 소개했다. 서울관에서는 무료 전시인 소장품 특별전 ‘백투더퓨처’에 54만명이 든 것을 비롯해 ‘게임사회’전에 34만명이 방문했다. 동산방 화랑의 창업주 박주환의 기증 컬렉션을 소개한 과천관 전시는 23만명이 관람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현재 일괄 2천원인 개별 전시 입장료를 전시에 따라 차등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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