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M “벌써 20년…팬들 향한 고마움, 손으로 빚어 음반에 담았죠”

기념 앨범 ‘우리들’ 발표…”누구나 흥얼거릴 만한 편안한 노래”

“KCM 노래 스타일은 양날의 검…민소매·토시는 시그니처 아이템”

가수 KCM
[이미지나인컴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20년이라는 세월의 무게가 가벼운 게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제게는 기념비, 팬에게는 선물 같은 앨범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가수 KCM은 최근 서울 강서구 소속사 사무실에서 한 인터뷰에서 “사실 나조차도 데뷔 20년이 됐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살고 있었다”며 가수 인생 20년을 맞은 소감을 덤덤하게 말했다.

그는 “지금이야 웃을 수 있지만 지난 시간 동안 웃지 못할 많은 일들이 있었다”며 “20년을 하고 나서 지금에서야 편안하게 숨 쉬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의 여유가 생겼다”고 되돌아봤다.

KCM은 2004년 1집 ‘뷰티풀 마인드'(Beautiful mind)로 정식 데뷔해 호소력 있는 목소리와 가창력을 무기로 ‘흑백사진’, ‘은영이에게’, ‘스마일 어게인'(Smile Again) 등의 히트곡을 냈다.

KCM은 “사실 1∼3집까지는 회사에서 만들어주는 대로 (노래를) 불렀는데, 이 때문에 (가사에도) 공감이 잘 안됐고 기계처럼 불렀던 것 같다”며 “지금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즐기면서 활동할 수 있다. 그때는 하루에 기본 일정이 4∼5개라 힘들다는 생각뿐이었다”고 털어놨다.

애절한 발라드 음악과는 대조적인 근육질 몸매에 민소매 의상, 그리고 토시는 2000년대 중반의 ‘패션 아이콘’으로 지금도 회자한다. 발라드 가수가 히트곡 외에 패션으로도 대중에게 각인된 것도 드문 일인데, 20년이 지난 요즘도 ‘Y2K 열풍’ 덕에 이러한 의상을 기대하는 이들이 있어 집에 토시를 10개씩 쟁여 두고 있다고 했다.

KCM은 “예전에는 ‘대학생이 가장 싫어하는 남자 패션 1위’로 꼽기도 해 솔직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면서도 “지금은 그저 감사하다. 누구는 평생 가지고 싶어 해도 얻을 수 없는 ‘시그니처 아이템’이 생긴 게 아니냐. 솔직히 그런 콘셉트로 광고도 많이 찍었다”고 말하며 호탕하게 웃었다.

KCM은 데뷔 20주년을 자축하는 앨범 ‘우리들'(US)도 발표했다.

앨범에는 타이틀곡 ‘아직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요’를 비롯해 ‘새벽길’, ‘생각’, ‘버릇처럼 셋을 센다’, 그냥 좋아’ 등 총 14곡이 담겼다. KCM은 특히 타이틀곡을 제외한 전곡을 직접 작곡해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역량도 뽐냈다.

그는 “이번 앨범은 제가 직접 손으로 빚어 만든 음식 같다”며 “한 곡 한 곡 부를 때마다 감정 이입이 잘 됐다”고 짚었다.

타이틀곡 ‘아직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요’는 ‘흑백사진’ 등 그의 대표곡을 만든 ‘히트곡 메이커’ 조영수 작곡가와 15년 만에 다시 의기투합한 노래다. KCM의 독특한 음색과 감수성이 돋보이는 미디엄 템포 발라드로 누군가를 향한 미안함과 고마움, 아쉬움과 그리움이 절절하게 녹아들어 갔다. 하지만 2000년대 노래처럼 감정이 과하거나 듣기에 부담스럽지 않고 귀에 쏙쏙 박히는 게 특징이다.

가수 KCM
[이미지나인컴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KCM은 “영수형(조영수 작곡가)이 녹음실에 들어가서 15년 만에 디렉팅을 했다. 옛날로 들어간 느낌이었다”며 “‘네가 잘할 수 있는 것은 그간 많이 했으니 20주년인 만큼 조금은 덜어내자’고 하더라”고 에피소드를 전했다.

이어 “그래서 표현하고 싶은 음역대를 내려놓고, 누구나 흥얼거릴 수 있고 편안하게 노래를 완성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KCM 노래하면 남자들이 따라 부르면 안 된다는 ‘블랙리스트’ 같은 곡들이 아니냐”라며 “(나만의 독특한 스타일이) 내게는 아무도 쉬이 따라 하지 못할 ‘훈장’ 같았지만, 한편으로 대중가수는 많은 사람이 노래를 편하게 따라 불러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양날의 검 같았다”고 털어놨다.

앨범을 여는 1번 트랙 ‘우리들’은 그가 20년 만에 처음으로 발표하는 팬송이다. KCM은 긴 시간 잊지 않고 곁을 지켜준 팬에 대한 고마움을 정성 어린 손 편지처럼 노래에 꾹꾹 눌러 담았다.

앞으로 20년의 목표를 묻자 “쉬지 않고 앨범을 내고 무탈하게 방송 활동도 하고 싶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선배 가수 현진영은 마침 그에게 “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 1명이 됐든 10명이 됐든 그간 많은 사랑을 받은 만큼 음악을 선물해 준다고 생각하라”고 조언했단다.

“16살 때부터 연습생 생활을 했는데, 안정적인 삶을 바라셨던 어머니는 기술을 배우라 하셨어요. 그런데 저는 ‘음악을 안 하면 죽을 것’이라고 반항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도 지난 20년을 잘 마무리했으니, 앞으로도 결과에 연연하지 않되 지치지 않고 음악을 해 나갔으면 좋겠어요.”

ts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