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봄’ 제작자 “무조건 성공 확신…2030 반응은 예상 밖”

하이브미디어코프 김원국 대표…”100년 역사 가진 영화사가 꿈”

‘남산의 부장들’·’하얼빈’도 제작…”韓관객들, 근현대사 관심 많아”

영화 ‘서울의 봄’ 제작한 하이브미디어코프 김원국 대표
[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이 프로젝트는 성공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주변에 ‘서울의 봄’이 나오면 한국 영화 시장이 달라질 거라고, 반드시 관객들이 보러 올 거라고 얘기했지요. 사람들은 아마 뒤에서 저보고 ‘저 형 왜 저러지?’ 했을 거예요. 하하.”

16일 종로구 사옥에서 만난 ‘서울의 봄’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 김원국(52) 대표는 이 영화의 기획 단계 때부터 성공을 예상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12·12 군사반란을 소재로 한 ‘서울의 봄’은 지난해 11월 개봉 이래 누적 관객 1천280만명을 돌파하며 역대 한국 영화 흥행작 7위에 올라 있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1천300만명 달성도 충분히 가능하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막대한 제작비가 투입된 한국 대작이 줄줄이 쓴맛을 보고, 관객들의 코미디·시리즈 선호가 뚜렷해진 상황이었던 만큼 ‘서울의 봄’이 이 정도로 흥행할 것이라고 본 시각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김 대표는 “영화를 안 봤던 사람들이야 그렇게 생각했겠지만, 촬영 과정을 거치고 편집본을 본 저로서는 이 영화는 무조건 기대 이상 성적이 나올 수 있겠다고 봤다”고 강조했다.

그가 꼽은 ‘서울의 봄’ 흥행 요소는 소재의 힘과 팽팽한 긴장감이다. “12·12 군사반란은 한국 근현대사에서 매우 중요한 순간이기 때문에 상당히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질 거라 생각했어요. 실패에 관한 역사지만, 셰익스피어 작품처럼 비극적 카타르시스를 일으키잖아요. 또 하룻밤에 일어난 일을 다루다 보니 스펙터클과 텐션도 크지요. ‘서울의 봄’을 보신 분들 대부분이 ‘이게 2시간 20분짜리 영화였어?’ 하시더라고요.”

영화 ‘서울의 봄’ 비하인드 사진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김 대표의 예측처럼 ‘서울의 봄’은 전두광(황정민 분) 보안사령관과 이태신(정우성) 수도경비사령관의 숨 막히는 9시간을 손에 땀을 쥐게 그렸다는 평을 들었다.

그러나 김 대표도 20∼30대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젊은 세대들은 ‘서울의 봄’ 속 인물들이 탐욕에 사로잡혀 정의롭지 못한 선택을 하는 것을 보고 분노로 들끓었다. 온라인에서는 영화를 관람하는 동안 심박수가 올라가는 스마트워치 사진을 올리는 챌린지까지 유행했다.

김 대표는 무대 인사 당시 봤던 모녀 관객을 떠올리며 “50대 이상 관객은 ‘그래 예전에 저런 슬픈 역사가 있었지’하는 반응이었는데, 20·30세대는 말 그대로 분노하더라”고 말했다.

“저도 잘 몰랐는데, 한 시사교양 프로그램에서 ‘서울의 봄’을 다루면서 요즘 세대가 공정 세대라고 하더라고요. 좌파나 우파 이런 개념을 다 떠나서, 지금 청년들은 무엇이 공정한 것이고 불공정한 것인지를 분명히 알고 있다고요. 그게 이 영화 흥행에서 주효한 역할을 한 것 같아요.”

‘서울의 봄’이 천만 영화 반열에 오른 건 김 대표의 뚝심이 빚어낸 결과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오래전 12·12 군사반란 소재의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하고 2016년부터 시나리오를 작업했다. 주위에선 김 대표에게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과연 이 영화가 성공하겠느냐는 거였다.

“어떤 사람들은 ‘모두가 다 아는 얘기고 실패의 역사다. 실패한 이야기를 하는 데, 게다가 군인들만 나오는데 관객들이 좋아하겠느냐’고 말하기도 했어요…하지만 저는 우리 관객이 근현대사에 관심이 많다고 생각해요. 잘만 만들면 관객이 많이 볼 거라고도 생각하고요. 관심에 비해 작품이 안 만들어지고 있는 것뿐이지요.”

영화 ‘남산의 부장들’ 속 한 장면
[쇼박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김 대표는 앞서 10·26 사태를 소재로 한 ‘남산의 부장들'(2019)을 내놨고 지난해에는 안중근 의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하얼빈’을 촬영했다.

그는 문세광의 배후를 추적하는 ‘암살자들’도 준비 중으로, 허진호 감독이 연출을 맡는다.

전두환 정권의 언론통폐합 사건을 소재로 한 ‘K-공작계획’도 그가 기획하고 있는 작품 중 하나다. 아직 감독은 정해지지 않았다.

평소 한국 근현대사에 관심이 많다는 김 대표는 “역사를 알면 현재가 보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의외로 그는 역사학도도, 영화학도도 아니다. 20대 시절 광고회사에 다니다가 30대 때 외화 수입 일을 하게 되면서 영화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자신만의 프로젝트를 통해 영화를 만들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2014년 하이브미디어코프를 설립했다.

하이브미디어코프는 707만 관객을 동원한 ‘내부자들'(2015)을 시작으로 ‘덕혜옹주'(2016), ‘곤지암'(2018), ‘남산의 부장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2020) 등 흥행작을 잇달아 냈고 ‘서울의 봄’으로 첫 천만 영화를 보유하게 됐다.

유수의 국제영화제에서 주목받은 최민식·박해일 주연의 ‘행복의 나라로’, 설경구·장동건 주연의 ‘보통의 가족’ 등도 개봉을 준비 중이다.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속 한 장면
[CJ ENM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김 대표는 “올해가 회사 창립 10주년인 걸 얼마 전에 알았다. 한 6∼7년 됐나 싶었는데,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도 몰랐다”며 웃었다.

어떨 땐 자신이 어쩌다 영화 제작자가 됐는지 신기하기도 하다는 그는 하이브미디어코프에서 영화 제작 시스템을 제대로 갖춰 좋은 작품을 많이 내놓는 게 꿈이다.

“멀리 할리우드까지 갈 필요도 없이 일본만 보더라도 100년 넘는 역사를 가진 영화사들이 있잖아요. 저도 하이브미디어코프를 그런 영화사로 만들고 싶어요. 제 다음에도 다른 사람들이 이 회사에서 일하면서 영화와 드라마, 애니메이션을 잘 제작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거지요. 그게 제작자로서 저의 최종 목표입니다.”

ramb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