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에세이 ‘이제 내려가볼까요?’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배우 최송현은 여러 삶을 살았다. 처음에는 공중파 아나운서로 활동하며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엄격한 집단문화와 섞이는 게 쉽지 않았다. 마이크 앞에서 말하는 훈련이 쌓일수록 사석에서 ‘내 얘기’를 하는 시간은 줄어들었다. 말하고 웃는 화면 속 모습에 익숙한 사람은 그의 ‘침묵’을 무례하게 여겼다.
2년간의 직장생활을 끝내고, 연기를 시작했다. 영화 ‘인사동 스캔들'(2009)로 데뷔했으니 이제 연기한 지도 어언 15년. 배우 생활도 직장생활과 크게 다르진 않았다. 따뜻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모진 사람들도 있었다. 밀림을 헤쳐 나가는 건 그의 몫이었다.
그러던 13년 전 여름, 갑자기 숨이 막혀왔다. 그는 우연한 계기로 바다에서 스쿠버다이빙을 시작했다. 바닷속으로 내려가면 좋았다. 얕은 수심에서 산호초를 바라보며 ‘물멍'(넋 놓고 물 구경)을 때리면 모든 잡생각이 사라졌다. 물멍은 곧 “최애 힐링 타임”이 됐다. 물속에서 그는 말을 반납하고, 평화를 얻었다. 눈물이 났다. 그는 바다의 매력에 빠져 시간이 나면 바다를 찾았고, 그곳에서 남편을 만났으며 이젠 전문자격증을 딴 다이버가 됐다.
최송현이 쓴 ‘이제 내려가볼까요'(은행나무)는 그가 겪어온 40여년 인생과 스쿠버다이빙 경험담을 담은 에세이다. 바다에서 나를 관찰하고, 타인을 이해하는 법을 배우며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을 느끼는 과정을 담았다.
책에 따르면 물속에선 가장 중요한 건 호흡이다. 내 들숨과 날숨을 깊이 관찰하며 나 자신에 집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또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파트너와 함께 내려가야 한다. 여러 명이 단체로 내려가는 경우도 많다. 스쿠버다이빙에서 신뢰와 협동이 필수적인 이유다.
저자는 물속을 거듭 내려가면서 나에게 맞는 깊이를 찾아간다. 조류의 끊임없는 흐름을 견디며 수면 위로 나를 떠미는 부력과 밑으로 잡아당기는 중력 사이의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건 쉬운 게 아니다. 그는 그 힘든 과정에서 자아를 돌아보고, 타인을 생각하며 거쳐온 삶을 조망한다.
“생각해보니 나에게 가장 큰 상처를 주었던 것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실망감과 좌절감이었다. 반대로 내 인생을 뒤흔들 정도의 커다란 행복의 시작은 모두 내가 계획한 것이 아니었다. 연기자의 길에 들어선 것도, 스쿠버다이빙을 시작한 것도, 사랑하는 남편을 만나게 된 것도 모두 선물처럼 갑자기 내 인생에 나타난 사건이었다.”
3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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