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범준 내달 공연서 NFT 티켓 도입…현대카드 정태영 “암표 차단은 중요 프로젝트”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다음 달 서울 용산구 한남동 언더스테이지에서 열리는 ‘현대카드 큐레이티드(Curated) 92 장범준 : 소리없는 비가 내린다’ 공연에서 NFT(대체불가능토큰) 티켓으로 암표를 사전 차단했다는 소식에 그 원리에도 관심이 쏠린다.
25일 공연을 기획한 현대카드에 따르면 그 핵심은 블록체인 기술 등을 활용한 매크로 차단, 양도(재거래) 차단, 추첨제다.
이를 활용해 앱 내 본인 인증된 이용자만 티켓을 구매·사용할 수 있게 했고, 한 번 구매한 NFT 티켓을 재판매할 수 없게 한 것이다.
특히 모바일 앱 중심 UX(사용자 경험)를 채택해 기존 웹사이트에서 주로 이용되던 매크로(자동 입력 프로그램)의 접근을 차단했다.
현대카드는 “암표 거래의 핵심은 매크로로, 구매자 가운데 일부가 매크로를 돌려 다량의 사재기로 표를 확보한 뒤 이를 재판매 하는 방식을 썼다”며 “이에 소비자가 티켓을 구할 수 없어 웃돈을 얹은 티켓을 울며 겨자 먹기로 사는 상황이 반복됐다”고 설명했다.
또 앱 회원가입 시 CI(본인인증) 검증으로 복수 계정을 활용한 어뷰징(의도적 조작)도 막았다. 블록체인 데이터를 활용해 사재기 등 어뷰징 패턴을 모니터링하고, 선제 대응도 한다는 게 현대카드의 설명이다.
이번 공연 티켓 전량은 현대카드와 프로그래밍 교육 스타트업 멋쟁이사자처럼이 설립한 NFT 합작법인 ‘모던라이언’의 NFT 마켓 플레이스 ‘콘크릿'(KONKRIT)에서 추첨을 거쳐 판매된다.
현대카드는 암표 구매뿐만 아니라 거래도 차단했다.
최근 암표 거래 수법은 돈을 받고 티켓을 넘기는 방식에서 티켓을 구매한 계정 자체를 넘겨 본인확인 절차를 피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NFT 티켓은 구매 계정을 양도해도 다른 기기에서 로그인하려면 추가 본인인증 절차를 거치게 했다.
현대카드는 “오직 앱 안에서 구매, 보관, 사용 등 모든 과정이 원스톱으로 이뤄지기에 티켓을 앱 외부로 유출하거나 재거래하는 시도를 막을 수 있다”고 소개했다.
현대카드는 이번 장범준 공연의 예매 추첨에도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했다. 공정한 추첨을 위해 검증 가능한 난수를 무작위로 생성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현대카드는 지난해 6월 큰 화제를 모은 브루노 마스 내한공연 당시 암표가 기승을 부리자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들어가 그 결과물로 NFT 티켓을 개발했다. 현대카드가 자사 공연·전시가 아닌 외부 아티스트의 행사에서 이를 도입한 것은 장범준 공연이 처음이다.
암표 때문에 소극장 콘서트 예매분 전량 취소를 결정했다는 소식을 접한 현대카드와 모던라이언 측이 장범준 측에 협업을 제안했고, 장범준은 암표 문제를 해결하자는 취지에서 흔쾌히 수락했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지난 24일 페이스북에 “브루노 마스 공연을 계기로 우리가 직접 나무 위에 올라가 사과를 따는 수밖에 없다고 결론 내렸다”며 “암표를 막는 기술을 고도화하고 확대하는 일은 이제 현대카드의 중요한 프로젝트가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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