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존경받는 배우·사랑받는 가장으로 기억되길 원하셨다”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한국의 그레고리 펙’으로 불리며 1960∼1970년대를 풍미한 배우 고(故) 남궁원(본명 홍경일)이 8일 영면에 들었다.
그의 아들 홍정욱 올가니카 대표를 비롯한 유족은 이날 오전 서울아산병원장례식장에서 영결식을 엄수하고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국회의원을 지낸 홍 대표는 추모사에서 “부모는 자식을 쏘아 올리는 활이라고 했다. 저희를 아주 높고 넓은 세상으로 힘껏 쏘아 올려 주신 아버지의 아들로 살아온 평생이 자랑스럽고 감사하고 행복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께 ‘정권이 바뀌고 선거철이 올 때마다 이런저런 자리와 출마를 종용받았는데 왜 한 번도 안 하셨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며 “아버지께선 ‘내가 국회의원을 열 번을 해도 사람들은 나를 영원히 배우로 기억할 것이다. 한번 배우는 영원한 배우’라고 답하셨다”고 회상했다.
이어 “아버지께서 하신 말씀 중 뇌리를 떠나지 않는 게 ‘나는 가족을 위해 일생을 바쳤다. 그로써 행복했다’는 것”이라면서 “그러나 저희에게는 ‘세상을 위해 큰일을 해야 한다’고 당부하셨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버지는 한 번도 국회의원이나 재력가, 건물주로 기억되고 싶지 않으셨던 것 같다”며 “오로지 동료들로부터 존경받는 영화배우, 자식과 아내에게서 사랑받는 가장으로서의 기억만 남기고 가고 싶으셨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영결식에선 영화 스틸컷, 시상식 현장 등 생전 고인의 모습을 담은 추모 영상도 스크린에 띄워졌다.
고인은 몇 년 전부터 폐암 투병을 해오다 지난 5일 90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고인의 유지에 따라 영화인장이 아닌 가족장으로 장례가 치러졌다.
1959년 영화 ‘그 밤이 다시 오면’으로 데뷔한 그는 서구적인 외모로 주목받았고, 이후 폭넓은 장르와 캐릭터에 도전하며 배우 생활을 이어갔다.
‘자매의 화원'(1959), ‘빨간 마후라'(1964), ‘내시'(1968), ‘화녀'(1971), ‘아이러브 마마'(1975), ‘피막'(1980), ‘가슴달린 남자'(1993) 등 340편이 넘는 영화에 출연하며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톱스타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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