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닉→식욕억제제→요요의 악순환…P씨의 음식 중독 탈출기

신간 ‘다이어트, 배달 음식, 트위터’

명절 음식
[연합뉴스 자료]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설 연휴에 끊기 힘든 건 고향으로 내려가는 차표만 있는 게 아니다. 어쩌면 차표보다 더 끊기 힘든 게 있다. 음식이다. 칼로리 만땅인 명절 음식을 먹고 나면 ‘명절에 이쯤은 먹어줘야지’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마음 한편에선 ‘너무 많이 먹었나’ ‘며칠 굶어야 하는 건 아닌가’라는 불안감이 싹튼다.

프리랜서 기자로 활동 중인 박미소 씨는 평생 그런 불안감에 시달리며 살았다. ‘살과의 전쟁’이 시작된 건 대학 입학과 함께였다. 박 씨는 신간 ‘다이어트, 배달 음식, 트위터'(낮은산)에서 서울로 올라와 “날씬한 여자가 이렇게나 절대다수인 풍경을 일찍이 부산에서는 본 적이 없었다”고 회고한다.

전골요리
[연합뉴스 자료사진]

160㎝에 56㎏. 건강한 몸이었지만, 서울 여성들의 몸매를 보고 왠지 주눅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선식 같은 대체식으로 하루 한 끼를 먹고, 운동을 해도 살은 조금 빠지다가도 원 상태로 되돌아가기 일쑤였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는 다이어트 클리닉에 가봤다고 한다. 고가였지만 “30분씩 대기할 정도”로 손님이 미어터지는 곳이었다. 시술받고, 식욕억제제도 먹었다. 약을 먹으니 전골 요리를 눈앞에 두고도 식욕이 전혀 돋지 않는 신천지가 펼쳐졌다.

“먹을 수 없는 플라스틱 모형처럼 보였다.”

3개월 만에 7㎏이 빠졌고, 저자는 꿈의 40㎏대로 직행했다. 그러나 약을 끊자 “영영 떠날 줄 알았던 식욕”이 빠른 속도로 되돌아왔고, 살을 빼기 전보다 더 찌게 됐다. 요요였다.

국민 야식인 치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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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고 나서는 배달 음식에 푹 빠졌다. 때마침 배달앱이 나왔다. 몇 번의 클릭만으로 다양한 음식들을 주문할 수 있는 신세계였다. 저녁 먹을 시간이 되면 ‘에라 모르겠다!’며 배달앱을 여는 것이 하루 일과가 됐고, 어떤 날은 모든 끼니를 배달로 해결하기도 했다. 식습관이 삐뚤어져 가고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았지만 편리함과 중독성 있는 맛에 앱 사용을 멈출 수 없었다. 음식 중독에 알코올 중독까지 겪게 되자 그는 이대로는 안 된다며 마음을 다잡았다.

조깅하는 시민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저자는 운동화를 신었다. 그리고서 배달원이 두드릴 현관문이 없는, 음식을 차릴 밥상이 없는 한강공원으로 향했다. 조깅 횟수를 주 3~4회로 늘렸고, 나머지 날에는 공원을 산책했다. 7㎞씩 뛰는 날에는 400㎉ 넘게 소모해도 식욕이 들지 않았다.

그는 전날 저녁을 먹은 후 아침 11시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는 간헐적 단식, 적당한 포만감 상태에서 수저질 멈추기, 꾸준한 운동을 병행했다. 많은 실패를 겪었지만, 대신 다음 날이면 다시 식습관을 잡으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변화는 아주 천천히 더디게 이뤄졌지만, 효과는 분명 있었다. 그만두지만 않으면, 필요 이상으로 절망하지만 않으면 된다. 어느새 점점 성공하는 날들이 더 많아졌고, 나는 음식에 대한 집착으로부터 서서히 빠져나왔다.”

책 표지 이미지
[낮은산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16쪽.

buff2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