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관객 위해 티켓 사주세요”…영화와 기부 문화의 만남

아동 인신매매 다룬 ‘사운드 오브 프리덤’ 릴레이 티켓 기부

‘도그데이즈’ 유기견 기부 상영회…임영웅 ‘소풍’ OST 수익 전액 내놔

영화 ‘사운드 오브 프리덤’ 페이 잇 포워드 영상
[촬영 오보람]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지난 7일 밤 CGV용산아이파크몰 6관에서 영화 ‘사운드 오브 프리덤’ 상영이 끝나자 약 200개의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은 일제히 휴대전화를 들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이들의 카메라가 향한 곳은 스크린에 띄워진 QR코드. 링크를 누르면 다른 사람을 위해 이 영화의 티켓 비용을 기부할 수 있는 홈페이지로 연결된다. 한 사람당 티켓 10장의 요금에 해당하는 15만원까지 기부가 가능하다. 영화를 무료로 보고 싶은 사람은 이 홈페이지에서 코드를 내려받은 뒤 예매하면 별도의 추가 비용을 내지 않고 관람할 수 있다.

아동 인신매매·성매매의 실상을 폭로한 작품인 ‘사운드 오브 프리덤’은 ‘페이 잇 포워드’라 불리는 이런 기부 방식을 통해 지난해 미국에서 흥행 대박을 터뜨렸다. 영화의 메시지에 공감한 관객이 하나둘 기부에 동참하면서 제작비의 10배가 훌쩍 넘는 2억5천만달러(3천33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이날 만난 직장인 이솜(34)씨 역시 영화 상영이 끝나고 다음 사람을 위해 티켓 한 장을 기부했다.

이씨는 “나도 다른 사람이 기부해준 티켓으로 영화를 공짜로 봤다”며 “그렇게나 많은 아이가 범죄에 노출됐다는 걸 전혀 몰라서 큰 충격을 받았다. 더 많은 관객이 나처럼 영화를 보고 실상을 깨닫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티켓을 기부했다”고 말했다.

아내와 함께 이 영화를 본 석모(37)씨는 “좋은 영화인데도 홍보가 부족해 주목받지 못하는 작품이 많지 않으냐”면서 “기부를 통해 화제가 되면 영화를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도, 보는 입장에서도 뿌듯할 것 같다”고 했다.

영화 ‘도그데이즈’ 유기견 기부 상영회 포스터
[CJ CGV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영화와 기부 문화의 만남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노리는 사례는 또 있다.

최근 개봉한 한국 영화 ‘도그데이즈’는 CGV와 손잡고 ‘유기견 기부 상영회’를 선보이는 중이다.

상영회에서 발생한 수익 중 일정 금액을 기부금으로 적립한 뒤 동물자유연대의 유기견 센터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도그데이즈’가 개를 매개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인 만큼, 영화의 내용이나 취지와도 잘 맞아떨어진다.

용산구에 사는 주부 오모(65)씨는 설 연휴 딸과 함께 유기견 기부 상영회로 ‘도그데이즈’를 관람했다.

그는 “강아지를 키운 지 20년이 넘었고 유기견·길고양이 보호센터에 봉사를 나간 지 5년 정도 됐다”며 “기부되는 금액은 얼마 안 되지만, 동물을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일반 상영회 대신 기부 상영회로 영화를 봤다”고 말했다.

배급사 CJ ENM은 목표 금액인 1천만원을 달성할 때까지 기부 상영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한편 가수 임영웅은 영화 ‘소풍’ OST(원본 사운드트랙)로 삽입된 자신의 곡 ‘모래알갱이’ 음원 수익금을 부산연탄은행에 전액 기부했다.

부산연탄은행은 ‘소풍’ 제작사와 부산영상위원회가 연 독거노인 초청 시사회를 후원하면서 기부의 선순환이 이뤄졌다.

영화 ‘소풍’ 포스터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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