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한국어를 둘러싼 숨겨진 이야기…’향문천의 한국어 비사’

누구나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사실 ‘나이듦에 대하여’

오늘날 삶에 대한 고민 ‘공론장의 새로운 구조변동’·’자크 데리다’

국보 ‘훈민정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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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 향문천의 한국어 비사 = 향문천 지음.

언어학을 다루는 유튜브 채널 ‘향문천 – 글이 울리는 샘’을 운영하는 ‘언어 천재 유튜버’가 한국어의 숨겨진 역사와 이야기를 정리한 책.

옛사람들이 쓴 언어, 즉 고대 언어에 대한 연구는 남아있는 기록이나 관련 문헌이 거의 없어 정확하게 말하기 힘들다. 일반 역사와 비교하면 다루기가 쉽지 않은 이유다.

저자는 여러 논문과 저서, 학계 이론 등을 짚으며 한국어 기원과 계통을 둘러싼 오해와 통념을 지적하고, 역사적 사건이 언어에 어떤 변화를 줬는지 추적한다.

그는 ‘한국어는 신라어의 후예일까’라는 질문을 던지고는 고려시대에 확립된 한국어의 뿌리가 어쩌면 ‘고구려어’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끊임없이 발전해온 한국어 역사에 관심을 두면서 과거로 돌아가면 말이 통할지, ‘대한민국’에 들어있는 ‘한'(韓)의 유래는 무엇인지 설명한다.

한국어사의 크고 작은 순간을 신선하게, 또 거침없이 풀어내 주목할 만하다.

김영사. 4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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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듦에 대하여 =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엮음.

누구나 눈앞에 놓인 노년을 받아들여야 하는 때가 온다. 한 살 더 늘어난다는 것, 나이가 든다는 것은 어떤 의미이고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문학, 언어, 철학, 역사학, 미술사학 등을 가르치는 서울대 교수 13명이 ‘나이 듦’이 무엇인지 이야기로 풀어낸다.

저자들은 동·서양 고전에서 노년을 어떻게 정의하는지, 노인의 사회적 위치는 어떻게 바뀌었는지 고찰한다. 노년과 나이 듦을 다룬 여러 인문학적 지식을 아우른다.

노년에 접어들어 뛰어난 예술성과 통찰을 빛낸 인물들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화가 겸재(謙齋) 정선(1676∼1759)은 76세의 나이로 ‘인왕제색도’를 남겼고, 독일의 문호 요한 볼프강 폰 괴테(1749∼1832)는 80대에 ‘파우스트’를 완성했다.

책은 나이 듦에 관한 현실적인 이야기도 담고 있다. 초고령 사회를 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노인을 위한 돌봄 시스템이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고민한 제언을 볼 수 있다.

사회평론아카데미. 3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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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론장의 새로운 구조변동 = 위르겐 하버마스 지음. 한승완 옮김.

공론(公論)은 여럿이 의논한다는 의미다. ‘유럽이 낳은 최고 지성’으로 불리는 독일의 사회철학자 위르겐 하버마스는 의사 형성을 위한 담론 제도로서 공론장을 주목해왔다.

그가 1961년 ‘공론장의 구조변동’을 내놓은 이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하버마스는 디지털화된 미디어 환경에서 자유주의의 공론장이 원칙을 상실해 가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한다. 포용성, 보편성, 진실 추구가 뒤로 밀려 있다는 것이다.

그는 오늘날 민주주의의 위기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을 경청하지 않는다고 느끼는 데서 온다고 지적하며, ‘반쪽짜리 공론장’으로 전락한 현실을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여느 철학책과 비교하면 분량은 적지만, 90살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날카로운 인식으로 성찰하는 노학자의 메시지는 무겁다.

세창출판사. 1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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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크 데리다 = 제임스 K. A. 스미스 지음. 윤동민 옮김.

해체주의 철학자로 알려진 현대 철학의 거장, 자크 데리다(1930∼2004)와 그의 철학적 사유를 살펴볼 수 있는 책.

데리다는 ‘해체’ 바람을 일으키며 현상학과 언어 철학, 문학, 정신분석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에 영향을 미쳤지만, 일부 개념은 난해하고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다.

미국 캘빈대 철학 교수이자 문화비평가인 저자는 이런 오해가 데리다의 진짜 목소리 즉, 원저작을 제대로 읽지 못한 데서 비롯된다고 지적한다.

그는 데리다의 사유와 철학적 이론을 이해할 수 있는 텍스트를 책 곳곳에 인용하며 독자들이 ‘철학적 전통의 특권적인 해석자’ 데리다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도록 돕는다.

책세상. 2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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