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영사가 본 ‘꼬레아’…韓伊수교 140주년 사진전 개막(종합)

대한민국역사박물관서 27일 ‘모든 길은 역사로 통한다, 한국과 이탈리아의 140년’

연합뉴스·안사통신 등 주최…유인촌 장관 “역사적인 양국의 순간 담아”

‘제68 적십자병원’ 활동 모습 첫 공개…1900년대 초 사진, ‘손에 손잡고’ 음악까지

한양 상급학교 대수학 시간
수학 강의 모습을 찍은 사진 [이탈리아 지리학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김예나 기자 = “한반도의 전반적인 형상은 대체로 이탈리아반도를 떠올리게 한다. …한강은 테베레강으로, 제주는 시칠리아섬이라 할 수 있다.”

1902년 머나먼 ‘이태리'(伊太利·이탈리아의 음역어)에서 온 젊은 외교관은 훗날 이렇게 회상했다. 약 7개월간 그가 보고 느낀 ‘꼬레아’에 대한 인상이었다.

제3대 이탈리아 영사이자 왕립아시아학회 한국지부와 이탈리아 지리학회 회원으로 활동했던 카를로 로세티(1876∼1948)는 한국의 자연과 풍광, 사람들의 모습을 다양한 사진으로 남겼다.

당시 동대문 대로 모습
[이탈리아 지리학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주한이탈리아대사관, 연합뉴스, 안사(ANSA)통신, 주한이탈리아문화원이 공동 주최하는 사진전 ‘모든 길은 역사로 통한다, 한국과 이탈리아의 140년’이 27일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개막했다.

이번 사진전은 1884년 조선과 이탈리아가 ‘조이수호통상조약’을 맺은 이래 올해로 수교 140년을 맞은 것을 기념해 마련됐다.

이날 개막식에 참석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환영사에서 “이탈리아의 조르지오 모로더가 작곡하고 한국의 코리아나가 부른 ‘손에 손 잡고’는 지금도 올림픽 역사상 가장 위대한 주제곡으로 손꼽힌다”며 “이번 전시는 이처럼 역사적인 양국의 순간들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양국은 정상회담을 계기로 ‘2024~2025 한국-이탈리아 상호문화교류의 해’를 선포했다”며 “이번 사진전은 그 여정의 힘찬 출발”이라고 강조했다.

성기홍 연합뉴스 사장은 “양국의 교류가 활발한 이 시점에 연합뉴스와 안사통신이 보유한 사진 70여점을 비롯해 국가기록원, 이탈리아 외교협력부, 이탈리아지리학회에서 제공받은 다양한 시각자료들을 통해 두 나라가 함께한 시간을 돌아보고자 한다”며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는 양국 간 교류와 협력이 한층 더 발전할 수 있도록 미디어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개막 행사에는 홍영표 한-이탈리아 의원친선협회장, 홍석인 외교부 공공외교대사, 미켈라 린다 마그리 주한 이탈리아문화원장, 임형주 성악가 겸 로마시립예술원 석좌교수, 이탈리아 출신의 인기 방송인 엘베르토 몬디, 마르첼로 아본단자 흥국생명 여자배구단 감독 등이 참석했다.

‘어려운 행마’
두 남성이 장기 두는 모습을 찍은 사진 [이탈리아 지리학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전시에서는 ‘카를로 로세티’ 컬렉션의 귀한 사진을 만날 수 있다.

당시 한양(서울)의 학교 모습을 담은 사진도 그중 하나다. 1902∼1903년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에는 한복에 갓을 쓴 남성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칠판을 바라보고 있다. 칠판에 적힌 건 다름 아닌 2차 방정식, 수학 시간의 모습이다.

이지혜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수업을 진행하는 인물은 호머 헐버트(1863∼1949) 박사”라며 “카를로 로세티와 서로 편지를 주고받으며 도왔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동대문 대로를 촬영한 사진에서는 당시 시대적 상황을 엿볼 수 있다.

양쪽에는 기와집이 빼곡히 들어서 있고, 백의(白衣)를 입은 사람들이 그사이를 오간다. 카를로 로세티는 ‘파리가 프랑스 그 자체인 것처럼 서울은 곧 한국’이라는 글을 남겼다.

두 남성이 바닥에 앉아 장기를 두는 모습을 담은 사진 ‘어려운 행마(行馬·바둑이나 장기 등에서 말을 씀)’에서는 사람들의 일상과 문화를 흥미롭게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진다.

이탈리아 적십자선
[이탈리아 적십자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전시에서는 1950년대 한국과 이탈리아의 만남도 비중 있게 다룬다.

이탈리아는 6·25전쟁이 발발했을 당시 유엔 회원국이 아니었지만 국제사회의 요청을 받아 의료부대를 파병했다. 이들은 전쟁에서 다친 병사뿐 아니라 민간인 수만 명을 치료하며 전쟁으로 인한 아픔을 보듬었다.

서울 영등포 신길동, 지금의 우신초등학교 부지에 문을 열었던 ‘제68 적십자병원’의 활동 모습을 담은 사진과 영상 등이 국내에 처음 소개된다.

1대 병원장이었던 루이지 코이아 대위와 그의 뒤를 이은 파비오 펜나키 소령의 모습, 부대원들이 각종 물품을 옮기는 모습 등을 사진으로 만날 수 있다.

제68 적십자병원에서 임무를 수행한 참전 용사들의 생전 인터뷰도 영상으로 공개된다.

한국과 이탈리아의 140년 우정을 조명한 이번 전시에서는 음악, 스포츠, 패션, 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함께 성장하는 두 나라의 모습도 살펴볼 수 있다.

참전기념비 제막식 당시 사진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 3층 주제관에서 열리는 사진전 ‘모든 길은 역사로 통한다, 이탈리아 그리고 한국’에 이탈리아 의무부대 6·25전쟁 참전기념비 제막 순간을 담은 사진이 전시돼 있다. 2024.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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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서울올림픽의 주제곡 ‘손에 손잡고’를 작곡한 조르지오 모로더, 2022년부터 여자 프로배구단 흥국생명을 이끄는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 등의 사진이 관람객을 맞는다.

이탈리아의 대표적 문화유산인 ‘피사의 사탑’을 모티브로 한 ‘포토존’ 공간도 마련됐다.

전시는 온라인(https://www.yna.co.kr/together140/index)으로도 볼 수 있다.

악수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이탈리아 공동언론발표를 마친 뒤 세르지오 마타렐라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2023.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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