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야만인’으로 여겨진 유라시아 세계의 지배자…’흉노와 훈’

‘불로소득 자본주의 시대’·’위대한 수사학 고전들’

2018년 열린 ‘칸의 제국 몽골’ 전시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 흉노와 훈 = 김현진 지음. 최하늘 옮김.

기원전 3세기 무렵 흉노(匈奴)는 중국 진나라, 한나라와 맞설 만큼 강력했다.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진시황은 흉노의 공격을 막기 위해 만리장성 축조를 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흉노와 이들을 계승한 것으로 알려진 훈은 ‘야만인’ 혹은 ‘오랑캐’로 여겨졌다. 유라시아를 흔든 거대 제국을 이뤘지만, 국가가 아니라 ‘민족’으로 보는 경우도 많다.

호주 멜버른대학에서 고전학과 고고학을 가르치는 저자는 이런 통념을 바로잡고자 한다.

그는 흉노와 훈 제국이 유라시아 곳곳에 영향을 미쳤으며 고대와 중세의 군사적·문화적 대 세력이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세계 역사에 궤적을 남긴 ‘유라시아 세계의 지배자’라는 설명이다.

저자는 몽골고원을 터전으로 했던 흉노와 중앙아시아·유럽에서 활약한 훈이 강력한 연결고리를 가진 존재이며, 이들의 역사는 유라시아 차원에서 들여다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양한 사료를 통해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흉노와 훈의 역사로 안내하는 점이 흥미롭다.

책과함께. 3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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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로소득 자본주의 시대 = 브렛 크리스토퍼스 지음. 이병천·정준호·정세은·이후빈 옮김.

‘직접 일을 하지 않고 얻는 이자, 배당금, 지대 등의 수익’.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이 정의한 ‘불로소득'(不勞所得)의 뜻이다.

스웨덴 웁살라대 교수(사회경제지리학과)인 저자는 불로소득자들이 활개를 치며 경제는 물론, 사회 곳곳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펼치는 ‘불로소득 자본주의’가 오늘날 현실이라고 지적한다.

마르크스와 케인스, 주류 경제학이 예상한 정도를 넘어선 상황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불로소득이 “혁신을 짓누르고 자본주의 경제의 역동성을 억누르며, 우리 사회에서 불평등을 야기하는 주요한 메커니즘”이라며 현 상황을 비판적으로 들여다본다.

그는 토지 외에 금융, 자연 자원, 지적재산(IP), 플랫폼, 외주화 계약, 인프라 등을 폭넓게 다루면서 문제점은 무엇이고, 자본주의가 종말을 맞지 않으려면 어떤 길로 나아가야 하는지 짚는다.

창의적 노력이나 혁신 없이 ‘쉽게’ 돈 벌기만을 염원하는 사회에 따끔한 충고를 건네는 점이 인상적이다.

여문책. 6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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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대한 수사학 고전들 = 한국수사학회 지음.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등 서양의 주요 철학자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수사학을 만들어 낸 동·서양 고전 20편을 정리한 책.

예부터 수사학은 중요한 학문으로 여겨져 왔다. 단순히 말을 꾸미고 그럴싸하게 포장하는 것을 넘어 사상이나 감정을 효과적으로, 또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도록 연구했기 때문이다.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이런 능력을 ‘신의 선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저자들은 서양 고대, 동양, 서양 근현대 등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눠 꼭 읽어야 할 고전을 설명하고 책을 쓴 이의 삶과 활동, 시대 배경, 문제의식 등을 소개한다.

해당 작품이 수사학의 역사에서 학문적으로 어떻게 기여했는지도 들여다본다.

한국수사학회 창립 20주년을 맞아 연구 성과를 집대성해 수사학의 긴 여정을 한 권의 책으로 담았다.

을유문화사. 8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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