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0년대 훼손된 궁궐 공간…문화재청, 건물·우물·담장 등 복원·정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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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조선왕조 제일의 법궁(法宮·임금이 사는 궁궐)인 경복궁 흥복전 북쪽에는 여러 건물이 있었다.
그중 하나가 향기가 영원히 이어진다는 뜻의 영훈당(永薰堂)이다.
국립고궁박물관에 따르면 과거 왕실과 관청에 그릇을 납품하던 지규식(1851∼1911년 이후)이 남긴 기록에서는 영훈당을 ‘대전(大殿·임금이 거처하는 궁전) 곳간’으로 설명했다.
과거 후궁 처소로도 쓰였던 영훈당 일대가 약 110년 만에 되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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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는 1910년대 일제에 의해 훼손된 경복궁 영훈당 권역을 복원·정비하는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고 13일 밝혔다.
영훈당 권역은 정면 9칸, 측면 2칸 규모의 중심 건물인 영훈당과 주변 행각(行閣·건물 앞이나 좌우에 지은 긴 행랑), 담장, 우물 등으로 이뤄진 것으로 파악된다.
주변 행각에는 ‘아리고상궁’으로도 불리며 내전(內殿·왕비가 거처하던 궁전)의 창고 물품을 관리하는 역할을 했던 부제조상궁이 관리하는 곳간 등이 있었다.
고종(재위 1863∼1907) 대에 흥복전과 함께 건립됐으나, 일제강점기 때 훼손된 것으로 확인된다.
영훈당 권역에서는 우리나라의 첫 전기 발전 흔적이 확인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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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2016년 국립문화재연구원이 진행한 발굴 조사에서 영훈당 권역 북쪽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전기 발전소인 전기등소(電氣燈所) 터와 각종 유물이 나온 바 있다.
1886년 완공된 전기등소는 이듬해 국내 최초로 전기를 생산해 전등을 밝힌 시설이다.
궁능유적본부는 2027년까지 총 165억원을 들여 영훈당을 비롯한 건물 7개 동과 우물, 담장 등 주변 시설을 복원할 계획이다.
궁능유적본부 관계자는 “전기등소의 석탄을 보관하던 탄고(炭庫) 건물터도 정비해 고종 연간 경복궁의 복합적인 면모를 드러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영훈당 복원 공사 현장에는 디자인과 예술성을 가미한 공사 가림막인 ‘아트펜스’가 설치된다.
궁능유적본부는 추후 영훈당과 전기등소 관련 홍보 공간도 마련할 계획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전기발전소이자 전기 발상지인 전기등소 터 발굴 조사 현장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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