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보여주는 강대국의 행동 패턴…신간 ‘세 개의 전쟁’

외교안보 전문가 김정섭 세종연구소 부소장 신작

‘세 개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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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근대 정치학의 시조로 꼽히는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의 정치사상가 니콜로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군주는 전쟁, 전쟁의 방식 및 숙련 외에는 다른 어떤 목표도, 생각도, 직업도 가져서는 안 된다”고 썼다.

국가의 통치자가 가장 관심을 기울여야 할 주제가 전쟁이라는 얘기다.

전쟁이라는 게 그리 쉽게 발발하는 것도 아니고 통치자에 따라선 재임 기간 전쟁을 겪을 가능성이 희박할 수도 있는데 굳이 전쟁을 알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쟁은 일상적인 국제정치에서 벌어지는 사건에 드리워진 그림자와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림자가 사물의 색조를 결정하듯, 전쟁의 가능성에 대한 의식이 국제정치 행위자의 결정에 영향을 준다.

미국의 저명한 국제정치학자 조지프 나이가 국제정치학 개론서에서 고대 그리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화두로 삼은 것도 의미심장하다.

김정섭 세종연구소 부소장의 신간 ‘세 개의 전쟁’도 전쟁을 통해 국제정치의 본질에 접근한다.

하버드대에서 석사, 옥스퍼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국방부와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실무 경험을 쌓은 외교안보 전문가인 김 부소장은 ‘낙엽이 지기 전에’와 ‘외교 상상력’ 등의 저서에서 국제정치의 이론과 역사를 대중적 언어로 다뤘다.

그가 7년 만에 내놓은 신작 ‘세 개의 전쟁’은 20세기 태평양 전쟁, 21세기 우크라이나 전쟁, 가상의 대만 전쟁을 통찰한다. 과거 발발한 전쟁, 현재 진행 중인 전쟁, 미래에 벌어질 수도 있는 전쟁을 주제로 삼은 것이다.

책의 초점은 주요 전쟁에서 강대국이 보인 행동 패턴에 있다. 저자가 들여다보는 세 개의 전쟁에 관여하는 강대국은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로, 한반도 주변 4대국이다.

저자는 세 전쟁을 강대국의 ‘세력권'(sphere of influence)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설명한다. 세력권의 경계를 이루는 ‘이익선’을 다시 긋기 위해 폭력을 동원할 때 전쟁이 발발한다는 것이다.

유엔도 있고 국제법이라는 것도 있지만, 국제관계는 기본적으로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무정부상태라는 점을 저자는 강조한다. 국제관계의 이런 본질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게 바로 전쟁이다.

저자는 냉철한 현실주의적 관점의 중요성을 거듭 역설한다. 이런 관점으로 한반도 주변 강대국들의 행동 패턴을 이해할 때 우리나라가 나아갈 길도 모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가 경계하는 것은 지정학적 현실을 도외시한 접근이다.

“중요한 것은 강대국은 항상 세력균형의 관점에서 지정학적 사고를 한다는 점이다. (중략) 강대국의 세력권이 부딪히는 지정학적 중간국인 한국이 지정학적 사고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큰 문제다.”

프시케의숲. 3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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