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정 때 일어난 제주4·3” 美 현지 추념비 건립 움직임

양수연 재미 유족회장 “미국에 4·3 당시 대외정책 질문해야”

(제주=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 한국 정부 수립 전 미군정 하에서 일어난 제주4·3과 관련해 미국의 책임론을 제기하며 현지에 추념비를 건립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제주4·3희생자 추념식에서 헌화분향하는 참석자들
[제주도사진기자회] jihopark@yna.co.kr

재미 제주4·3기념사업회·유족회에 따르면 재미 4·3유족회 주도로 미국 보스턴에서 4·3희생자 추념비 건립 서명 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서명은 제76주년 4·3희생자 미주 추념회가 열린 지난달 27일부터 시작됐다.

올해에는 학술적 성격이 강했던 추념식에서 벗어나 미국 현지 추념비 건립을 목표로 추념회 행사가 열렸다.

제주시 출신인 양수연 재미4·3기념사업회·유족회장은 추모사에서 “제주4·3은 세계 냉전의 시작을 알린 사건이며 제2차 대전 이후 아시아에서 발생한 최초의 대량 학살 사건”이라며 “미국을 사랑하고 미국에 살고 있는 우리들이 제주4·3 사건이라는 렌즈를 통해 미국에 4·3 당시의 대외정책에 대해 질문을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이자 보수학자로 알려진 이성윤 우드로윌슨센터 선임 연구원은 특별 강연에서 지난해 5월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G7의 지도자들이 기시다 총리와 함께 히로시마 평화공원에서 원폭 피해자를 추모한 것을 언급하며 “바이든 대통령은 방한하게 되면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제주4·3평화공원을 참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연구원은 또 “1908년 중국 ‘의화단의 난’으로 미국이 받은 배상금 2천500만 달러의 절반가량인 1천400만 달러를 재미 중국 학생을 위한 교육 펀드 조성에 쓰도록 하는 법안을 미국 의회가 통과시켰다”며 “그 선례에 따라 미국에서 공부하기를 원하는 제주 대학살 희생자 가족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는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미 4·3기념사업회·유족회는 제주4·3의 완전 해결을 위해 미국 정부를 상대로 캠페인, 학술회의 등을 펼치기 위해 2021년 7월 출범했다.

이 단체는 미국 전역에 흩어져 있는 제주 출신 4·3희생자 유족 및 후손을 발굴해왔으며, 4·3 학술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월든코리아와 연계해 후대 교육에 앞장서고 있다.

출범 당시 미국 내 제주 출신 4·3유족은 104명이다.

제주4·3 유족이 아니어도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다.

제주4·3특별법에 의하면 제주4·3은 미군정 때인 1947년 3월 1일 제28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경찰 발포에 의한 민간인 사망사건을 계기로 시작됐다.

그에 이은 저항과 탄압, 1948년 4월 3일의 봉기, 1954년 9월 21일 한라산 금족령 해제 때까지 무력 충돌과 공권력에 의한 진압 과정 중 민간인이 집단으로 희생된 사건 전체를 말한다.

정부 진상조사보고서에는 제주4·3 당시 적게는 1만4천명, 많게는 3만명이 희생당한 것으로 잠정 보고됐다. 당시 발생한 인적·물적 피해로 인해 후유증을 극복하고 진상규명을 하는 데 오랜 세월이 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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