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남한강 유역을 무대로 이어져 온 민중의 삶을 그린 대하소설 ‘남한강’을 쓴 강승원 작가가 지난 14일 숙환으로 별세했다고 유족들이 15일 전했다. 향년 84세.
1940년 충북 제천 태생인 고인은 1981년 ‘월간문학’ 신인작품상에 단편소설 ‘담수지역’이 당선되면서 본격적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대표작은 구한말 의병 후손들의 이야기를 그린 세 권짜리 장편 대하소설 ‘남한강'(1997년)이다.
이 작품은 충청도·강원도·경상도가 만나는 지역에서 국토의 젖줄이 되어온 남한강 유역을 배경으로 펼쳐진 민중의 삶을 풍부한 토속어로 담아낸 소설이다.
작가는 일제강점기 한 지붕 아래서 태어난 동갑내기 지주 아들과 소작인 아들의 엇갈리는 삶의 경로를 통해 한국 근현대사의 모순을 온몸으로 살아낸 민중의 삶을 핍진한 필치로 그려냈다.
특히 떠돌이 동학 신도, 농촌 아낙네, 유랑민 등 민중의 삶을 충북, 강원, 경북 등 남한강 유역 산골 사람들이 쓰는 질박한 언어로 복원해 주목받았다.
고인은 이 소설의 ‘작가의 말’에서 “남한강을 무대로 한 소설을 써야 되겠다고 작정한 것은 내가 그곳에서 태어났다는 토착민의 의무감도 작용했지만 의병에 나섰다는 것만으로 남한강변이나 백두대간 언저리의 산골짜기로 숨어들어 가 이름 없이 살다 간 백성들의 고통스러웠던 숨결을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썼다.
이외에도 고인은 현대사의 소용돌이에서 피로 얼룩진 한 젊은이의 인생유전을 그린 장편 ‘너울'(2014년)을 비롯해 소설집 ‘침수지역’, ‘아버지와 아들’, ‘멸구와 혹파리’ 등을 썼다. 1998년 한국소설문학상을 받았으며,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 한국소설가협회 중앙위원, 구로문인협회 회장을 역임하는 등 문단 활동도 활발히 했다.
소설 창작을 병행하면서 한국일보, 서울경제신문 등 일간지에서 30여년간 기자로 일했던 고인은 현역 시절 1970년대 문경새재 인근 지역민들의 ‘새재 살리기 운동’을 집중 보도해 문경새제 복원과 보존에 관한 여론을 환기하기도 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이덕자 씨와 아들 강성갑(전 경총 이사)·우성(서울대 영문과 교수)·태성 씨, 딸 혜숙 씨 등이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2호실이며 발인은 16일 오후 1시다. ☎ 02-3410-3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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