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공화국은 한국 정치에 무엇을 남겼나…신간 ‘제5공화국’

강원택 서울대 교수 ’20세기 한국학술총서’ 첫 책 출간

제5공화국 기념주화
통영시립박물관 소장품 [전국 박물관 소장품 검색 누리집 ‘e뮤지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1980년 10월 22일, 계엄령에 따라 모든 정치 활동이 중지된 가운데 헌법 개정을 위한 국민 투표가 실시됐다.

선거인단에 의한 대통령 간접선거 및 7년 단임제가 개정안의 골자였다.

투표에 참여한 사람은 총 1천945만3천926명. 이 가운데 91.6%인 1천782만9천354명이 ‘찬성’ 표를 던졌다. 이른바 ‘제5공화국 헌법’이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이듬해인 3월 3일 전두환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제5공화국의 본격적인 막이 올랐다.

한국 정치사의 관점에서 제5공화국을 깊숙이 들여다본 책이 나왔다.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진흥사업단이 2020년부터 준비해 온 ’20세기 한국학술총서’의 첫 결과물이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가 쓴 ‘제5공화국'(역사공간)은 학문적으로 제대로 평가가 이뤄지지 못한 채 ‘사각지대’로 남아있는 제5공화국의 실체와 의미를 살핀 책이다.

책 표지
[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의 죽음부터 1988년 2월 제6공화국이 출범하기 전까지의 시기를 조명하며 우리 사회가 겪은 변화, 제5공화국의 흔적 등을 좇는다.

강 교수는 제5공화국이 한국 정치사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제5공화국이 소멸되고 민주화가 시작된 지 4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제5공화국에 대해서는 부정하거나 무시하거나 외면하려는 경향이 존재한다”고 짚는다.

그는 제5공화국을 거치면서 달라진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강 교수는 특히 제5공화국의 정치사적 의미를 밝히기 위해서는 “왜 1979년에는 민주화를 이루지 못했고 1987년에는 민주화를 성취했을까”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봤다.

“1979년에는 우리 사회가 아직 민주화를 수용할 만한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지 못했지만, 제5공화국을 거치면서 겪게 된 각종 사건과 충격, 사회경제적 변화를 통해 1987년 민주화를 이루게 되었다.”

대통령 취임 행사 배지
대구대 중앙박물관 소장품 [전국 박물관 소장품 검색 누리집 ‘e뮤지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1980년 ‘광주에서의 희생’, ‘1985년 12대 국회의원 선거’ 두 사건이 “제5공화국 시기에 민주화로 가는 여정에서 중요한 변곡점을 만들어냈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광주 항쟁의 정치적 결과, 재야 정치 세력과 학생 세력의 결집 등 당대 정치 상황과 ‘중산층’의 등장 등 사회 경제적 변화를 검토한다.

강 교수는 제5공화국은 ‘잊어버린’ 또는 ‘잊고 싶은’ 역사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역사는 결코 단절적이지 않다. 제5공화국을 외면하거나 부인한다고 해서 그 시기 동안 이뤄진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변화는 사라지지 않는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은 이 책을 시작으로 2029년까지 ’20세기 한국학술총서’를 내놓을 예정이다.

1901년부터 2000년까지 지난 100년 동안 한국이 겪은 식민지 시기, 분단과 전쟁, 권위주의, 산업화 등을 주제로 한 책은 총 50권 발간된다.

536쪽.

강원택 서울대 교수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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