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V ‘악마와의 토크쇼’ 9만 관객…’선업튀’ 최종회 상영도 흥행
메가박스 ‘쇼생크 탈출’ 5만명…”콘텐츠 차별화·상영관 확보 ‘윈윈'”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코로나19 엔데믹(endemic·풍토병화된 감염병) 이후에도 극장가의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멀티플렉스 3사의 ‘단독 개봉’ 경쟁이 불붙고 있다.
극장으로서는 콘텐츠 차별화 전략을 통해 관객을 끌어모을 수 있고 배급사 입장에서는 홍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등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최근 단독 개봉 전략으로 가장 쏠쏠한 재미를 본 극장은 CGV다. 지난달 8일 극장에 건 호주 공포 영화 ‘악마와의 토크쇼’로 9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단순 관객 수로는 흥행에 성공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수치다. 그러나 9만여 명이 모두 CGV에서 이 영화를 봤다는 점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개봉 당시 마동석 주연의 ‘범죄도시 4’가 독주를 이어가고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 등 할리우드 대작이 잇따라 나오던 시기였던 만큼 영화계에서는 기대 이상의 관객 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CGV는 최근 tvN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이하 ‘선업튀’) 최종회 단독 생중계 이벤트로도 화제가 됐다.
‘선업튀’는 시청률은 5% 내외로 대중적인 인기를 얻지는 못했으나 탄탄한 마니아층을 양산한 드라마다.
CGV가 이 작품의 최종회를 상영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팬들 사이에서는 치열한 ‘티케팅’ 경쟁이 벌어졌다. 티켓 예매 시작과 동시에 약 1천개 좌석이 매진돼 한때 CGV 애플리케이션(앱)과 홈페이지 서버가 마비되기도 했다. CGV로서는 ‘선업튀’ 최종회를 상영한다는 것만으로도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린 셈이다.
메가박스는 ‘쇼생크 탈출'(1995)을 단독 개봉해 재개봉작으로는 이례적으로 5만명이 넘는 관객을 불러들였다.
‘쇼생크 탈출’은 메가박스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검색 서비스 기업 키노라이츠와 함께 진행한 ‘다시 보고 싶은 20세기 명작’ 설문조사에서 영화 팬들이 1위로 꼽은 작품이다. 이에 ‘시네필’ 사이에서는 이 작품의 재개봉 소식 자체로도 이야깃거리가 됐다.
롯데시네마 역시 강제규 감독의 천만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2004)의 4K 리마스터링 버전 단독 개봉을 앞뒀다. 6·25 전쟁을 소재로 한 작품인 만큼 호국보훈의 달인 6월에 맞춰 관객을 찾아간다.
최근 주연 배우 장동건과 강 감독이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강 감독은 관객과의 대화(GV)도 준비하는 등 홍보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극장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단독 개봉작을 선보이는 것은 콘텐츠 차별화로 최대한 다양한 관객을 확보하려는 시도다.
어느 극장에서든 볼 수 있는 영화에 더해 ‘우리 극장에서만 볼 수 있는 영화’를 확보해야 다른 멀티플렉스와의 경쟁에서 조금이라도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단독 영화 개봉은 스포츠 중계나 아이돌 콘서트, 팬 미팅 실황 상영 등 극장이 그동안 선보여온 차별화 전략의 연장선”이라면서 “해당 영화가 꼭 보고 싶은 충성 고객을 극장으로 부를 수 있는 유인이 된다”고 말했다.
배급사로서도 때에 따라 여러 극장에 영화를 거는 것보다 한 곳에서 단독 개봉하는 게 이득이 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소규모 외화는 가용 마케팅비가 제한적인 만큼 1개의 멀티플렉스에서만 개봉하면 홍보 비용을 아낄 수 있다.
한 배급사 관계자는 “한국 메이저 영화들이 계속해서 개봉하는 상황에서는 소규모 영화가 상영관을 확보하기 힘든 데다 마케팅 비용도 많이 든다”면서 “그래서 배급사가 역으로 멀티플렉스 측에 단독 개봉을 제안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어 “해당 영화를 보려는 관객은 무조건 특정 극장에 가는 것이기 때문에 극장으로서는 확률 100%의 시장을 확보하는 셈”이라면서 “단독 개봉은 극장에도 배급사에도 ‘윈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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