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거치며 사라진 뒤 2011년 미국서 발견
18세기 작품 국내 12점뿐, 충북도 유형문화재 지정
(영동=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충북 영동의 조계종 사찰인 중화사(영동읍 화신리)는 1790년 제작된 ‘현왕도'(現王圖)를 환수하는데 성공했다고 31일 밝혔다.
현왕도는 사후 세계에서 재판받는 장면을 그린 불화이다.
전국의 사찰 등에 100점가량이 보존돼 있는데, 18세기 작품은 이번에 환수된 그림을 포함해 12점 뿐인 것으로 전해진다.
가로 70㎝·세로 113㎝ 크기의 이 그림은 하단에 제작연도와 ‘충북 영동 중화사’라고 봉안사찰이 새겨져 있다.
1930년 작성된 이 사찰 재산목록에도 등재돼 있는데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등을 거치며 행방이 묘연해졌다.
그러던 것이 2011년 한 골동품 수집상에 의해 미국 경매시장에서 발견돼 국내로 들어왔다.
이후 중화사는 이 그림을 되찾기 위해 수집상과 오랜 협상을 했고, 지난해 신도들의 시주 등을 받아 소유권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고는 지난 22일 원래 그림이 있던 자리에 다시 봉안한 뒤 이를 기념하는 천일기도를 시작했다.
주지인 철우 스님은 “조선시대 불교 유물을 되찾게 돼 가슴 벅차다”며 “지역민과 신도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충북도는 이 그림이 제작시기에 비해 보존상태가 뛰어나고 도내 유일의 현왕도라는 점 등을 들어 유형문화재로 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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