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 3집 ‘싱크스’ 발매…”곡 하나하나 생각과 일상 담았죠”
“김민기 칭찬에 인생 보상받는 느낌…기타 한대 들고 평생 공연할 것”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죽는 날까지 생각을 멈추지 않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히트곡을 양산하려 애쓴 것이 아니라 내 생각을 멈추지 않는 가수로 저를 기억하면 좋겠어요.”
밴드 다섯손가락의 리더이자 보컬 이두헌(60)은 쉬지 않고 노래를 발표해 온 가수다. 그는 1984년부터 밴드 활동으로 ‘풍선’과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 등의 대표곡을 남겼고 솔로로도 앨범 두 장을 발매했다.
그런 그가 지난 5일 솔로 3집 ‘싱크스'(Thinks)를 발매하고 다시 한번 머릿속 이야기를 펼쳐놓았다. 일상에서 떠오르는 생각을 재료 삼아 음악이라는 요리를 만든다는 그의 앨범에는 시간에서 우러나오는 깊은 맛이 담겼다.
이두헌은 지난 10일 서울 중앙대학교에서 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곡 하나하나가 내 생각과 일상, 오늘을 담고 있다”며 “모두가 싱글로 음반을 내고 음원으로 음악을 듣는 시대에 흔치 않은 앨범을 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고 말했다.
‘싱크스’에는 솔로로 낸 신곡과 다섯손가락 3집과 4집의 노래를 재해석한 곡을 합쳐 총 12곡이 실렸다. 타인과의 비교로 불행해지는 이들을 위한 메시지를 담은 타이틀곡 ‘나는 나이기에 아름다운 것’부터, 80년대 금지곡으로 지정되어 제대로 들려줄 수 없었던 ‘서울은’까지 모두 그의 마음을 진솔하게 풀어낸 곡들이다.
‘그대와 함께 걷다 보니’와 ‘부탁’에서는 평소 알고 지낸 한 노부부의 삶을 절절한 사랑 이야기로 녹여냈다. ‘그대와 함께 걷다 보니’는 아내에게 유언을 남기지 못하고 별세한 지인이 이두헌의 꿈에 나타난 일을 토대로 써 내려갔다. 여기에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노부인의 심경을 상상하며 답가 ‘부탁’을 완성했다.
이두헌은 “사모님은 유리 조각 하나가 가슴에 박힌 심정으로 살아가지 않았을까 떠올렸다”며 “노래를 사모님께 먼저 들려드렸더니 말을 잇지 못할 정도로 우시며 본인의 심정을 노래로 표현해줘 고맙다고 말씀하셨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사랑하는 사람이나 친구 등 이별을 앞둔 중년들이 많은데, 노래 두 곡이 이들에게 무게 있게 다가갈 수 있겠다 싶었다. 콘서트에서도 두 노래를 부르면 공연장이 눈물바다가 된다”고 덧붙였다.
이두헌은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교수로 강단에 서며 학생들에게서 배우는 점이 많다고 이야기한다. 새로운 음향과 표현을 끊임없이 찾아 듣는다는 그는 학생에게 보컬 레슨을 받으면서까지 스스로를 반성하고 고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는 “축적할 만한 가치가 있는, 기억해야 할 가치가 있는 선배로 남아야 한다”며 “제가 요즘 사람들의 은어를 쓰거나 뉴진스처럼 노래할 수는 없다. 트렌드를 좇는 것과 과거에 머무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지키려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통기타 한 대를 들고 전국의 소극장을 돌며 솔로 공연을 이어가는 것도 새로운 영감을 얻기 위한 그만의 노력이다. 이두헌은 10여년 전부터 자신의 차량에 공연 장비를 싣고 차밭, 정미소, 서점 등 노래를 들려줄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가 노래를 불렀다.
이두헌은 “기타 한 대만 가지고 공연하면 가식이 있을 수 없고 기댈 곳도 없어 연습도 10배 이상 하게 된다”며 “공연을 준비하며 내 곡을 다시 보기도 하고, 다음 앨범에 대한 콘셉트를 잡을 수 있어 소중한 공연”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3월 학전 소극장의 폐관을 앞두고 열린 ‘학전 어게인 콘서트’에서 공연한 것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됐다. 김민기의 영향으로 음악을 시작했다는 그는 학전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무대에 자발적으로 참여 의사를 밝혔다.
이두헌은 “김민기 선생님이 ‘공연 참 좋았다’라고 하셨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내 인생이 보상받는 느낌”이었다며 “기타 한 대와 제 목소리로 학전 무대를 장식한 것은 인생에서 잊지 못할 일 가운데 세 손가락 안에 든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생각을 담은 음악으로 사람들을 만날 계획이다. 오는 15∼16일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대구, 제주 등지에서 소극장 공연을 이어가며 내년에는 다섯손가락 40주년 기념 공연도 선보일 예정이다.
“기타 하나로 하는 공연을 평생 이어가고 싶습니다. 못해도 3년마다 앨범을 내며 게을러지는 일 없이 죽어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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