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 나의 숲은 계속된다 = 김다연 지음.
“무언가를 쓰고 싶었는데 / 무엇을 써야 할지 모르는 밤일 뿐인데 // 그저 눈을 감고 있을 분인데 / 몸에서 새가 울고 강이 흐른다 // 나는 조금 더 누워 있어야 할 것 같아 / 나무 곁으로 옮겨 가야 할 것 같아”(김다연 시 ‘나는 너의 밤을 중얼거리고 나는 나의 꿈을 웅얼거리고’에서)
2017년 작품활동을 시작한 김다연 시인의 첫 시집이다.
상실의 정서를 오랫동안 속에서 궁굴려온 것 같은 시인은 어렵고 어렵게 골라낸 평이한 시어들로 독자들을 깊고 적막한 숲과 같은 시의 세계로 이끈다.
시집의 끝 수록된 산문 ‘말의 울음을 듣다’의 마지막 문장에서 시인은 자신이 계속 ‘쓰는 이유’를 이렇게 썼다.
“그러니 써야 한다. 견딜 수 없음을 견디며, 그냥 쓰는 그 몇 줄의 문장이 나를 이끌고 갈 것처럼. 씀으로써 다가갈 수 없는 너를 향해 다가갈 것처럼.”
타이피스트. 112쪽.
▲ 불을 느낀다 = 남정국 지음.
“불을 느낀다 /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 마침내 가슴으로 쳐들어가는 / 결심하는 자의 망설임 / 그의 광기(狂氣)를 듣는다.”(남정국 시 ‘불을 느낀다’ 전문)
1978년 11월 4일 고려대 재학 중 심장마비로 만 스무살이 채 되기도 전에 세상을 뜬 남정국의 유고 시집이다. 사후 46년 만에 출간된 이 시집에는 시 27편과 일기, 메모 등이 수록됐다.
시인은 유작이 되어버린 시 ‘독백체 7’에서 불새가 되기를 꿈꾼다.
“그게 아니라 나는 불새가 되고 싶은 거다 / 활활 타며 날아가는 새, 아니면 불같이 붉은 새 / 온몸으로 허물어지는 새 / 허물어져서 자신을 이루는 새”
젊음 특유의 고통의 감성을 때로는 뜨겁고 때로는 차가운 투명한 시어들로 길어 올렸다. 좀 더 오래 살아남아 글을 썼다면 이후의 시 세계는 어땠을까 궁금해지는 시편들이다.
엠엔북스. 1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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