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 전 대법관 “독서는 삶을 지탱하는 기둥”

100g 책에 담긴 묵직한 지혜…창비 ‘교양 100그램’ 시리즈

김영란 ‘인생독서’, 유시민 ‘공감필법’ 등 4권 나와

김영란 전 대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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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김영란법’으로 유명한 김영란 전 대법관은 전공에 쓸모없는 공부만 해왔다고 말한다. 삼십여 년간 법을 다루는 일을 하면서 주로 문학책을 읽었기 때문이다. 시나 소설의 명구(名句)는 감동을 줄지언정 판결문을 쓰는 데는 무용했다. 보수적인 법원 풍토에서 문학 작품을 판결문에 인용하는 ‘파격’은 허용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는 열심히 읽었다. 시력이 나빠져도 당최 멈출 수가 없었다고 한다. 책을 읽는다고 판결문이 더 그럴싸해지지도, 돈이 더 생기지도 않았다. 크게 쓸모없는 일에 그는 왜 그리 많은 시간을 투자했을까.

김 전 대법관은 저서 ‘인생독서’에서 책을 읽는 게 “나 자신을 찾는 공부”였다고 말한다. 유년 시절에는 “사고의 틀을 형성”해주었고, 사춘기에는 “자신의 한계”를 알려 주었으며 성인이 되어서는 “삶을 지탱하는 기둥이 되어주었다”고 설명한다.

“책을 읽는 것이 그 자체로 저를 닦는 것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수양의 방편으로 책 읽기를 택한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그리되었다는 것이지요. 그것이 말하자면 저의 쓸모없는 공부의 쓸모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유시민 작가
[연합뉴스 자료사진]

유시민 작가는 책 ‘공감필법’에서 책을 읽으며 위로를 받았을 뿐 아니라 앞으로 나아갈 길을 선택하는 데에도 도움을 받았다고 고백한다.

보건복지부 장관, 국회의원을 역임한 그는 선거에서 고배를 잇달아 마신 후 정치를 그만둬야 하나를 고민할 때, 중국 초나라 시인 굴원의 ‘어부사'(漁父辭)에 기대어 정치를 그만둘 수 있었다. 또한 독서로 인해 세상과 사람과 인생을 대하는 관점과 태도가 조금 또는 크게 달라지는 순간을 여러 차례 체험하기도 했다고 밝힌다.

“공부의 근본은 인생의 의미를 찾는 데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책 읽기는 때때로 쓸모없는 듯 보이지만, 이처럼 인생의 결정적 순간에 혹은 깨달음의 순간에 마중물 역할을 하곤 한다.

[창비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삶의 마중물 역할을 하는 책 읽기를 간편하게 할 수 있는 시리즈가 출간됐다. 각 분야 명사가 강의하듯 내용을 들려주는 ‘교양 100그램’ 시리즈다.

출판사 창비에 따르면 ‘교양 100그램 시리즈’는 일상에서 교양을 쌓고 싶은 현대인을 위해 기획된 일종의 총서다. 출퇴근이나 여행 중에, 혹은 가사와 육아 중에 틈틈이 휴대하며 읽을 수 있는 100그램 내외의 가벼운 책들로 구성됐다. 책 뒷부분에는 ‘기억하고 싶은 문장’이란 코너가 마련돼 필사도 할 수 있게 꾸몄다.

시리즈의 서막을 알리는 책으로 4권이 함께 나왔다. 김영란 전 대법관이 쓴 ‘인생독서’, 변영주 감독의 ‘창작수업’, 유시민 작가의 ‘공감필법’, 정혜신 전문의의 ‘애도연습’이다. 초판 출간 후 꾸준히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책들로 시리즈에 포함돼 개정판으로 출간됐다.

창비는 “각 분야의 명사들이 이야기하듯 편안한 말투로 집필해 유튜브나 디지털 콘텐츠에 익숙한 독자들도 부담 없이 독서의 재미에 빠져들 수 있도록 책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 인생독서 = 132쪽 ▲ 창작수업 = 108쪽 ▲ 공감필법 = 132쪽 ▲ 애도연습 = 120쪽.

buff2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