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호우 잦아진 한반도, 후텁지근 폭염도 길어진다”

열스트레스 지수 높은 ‘습윤 폭염’ 10년에 이틀씩 늘어날 듯

국내 과학자 37인이 쓴 ‘첫 번째 기후과학 수업’ 출간

2022년 장마로 잠긴 대치동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날씨란 원래 천변만화하는 것이라지만, 우리를 둘러싼 날씨는 최근 수년간 급변하고 있다. 옆 동네만 쏟아지는 집중호우가 자주 발생하고, 장마 기간도 종잡을 수 없다.

가령 2020년에는 장마가 8월 중순까지 이어졌다. 54일로 역대 최장기간 동안 비가 내렸다. 6~9월 강수량은 1971년 이래로 최고치를 달성했다.

그러나 이전 7년간은 장맛비가 많이 내리지 않았다. 장마철 강수량이 충분치 않아 장기간 가뭄이 이어졌고, 이로 인해 봄마다 대규모 산불이 자주 발생하곤 했다. 2020년 장마가 예상치 못한 피해로 이어진 건 예년의 패턴과 많이 달랐기 때문이다. 그해 장마로 46명이 죽거나 실종됐다.

2022년엔 또다시 기록적인 폭우가 발생했다. 시간당 30㎜만 되어도 승용차 와이퍼가 무용지물이 되는데,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에선 시간당 141㎜가 쏟아졌다. 서울 강남 한복판에선 침수된 차량 위에 올라가 구조를 기다리는 사람의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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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호우 발생빈도는 늘어나는 추세다. 한 연구에 따르면 2010년~2019년 발생한 시간당 강수량 50㎜ 이상의 집중호우 발생빈도는 1973년~2009년에 견줘 약 1.5배 늘었다. 지역에 따라서는 최대 6.4배 늘기도 했다.

집중호우, 장마 기간만 변화무쌍한 건 아니다. 한반도의 연평균 기온도 상승하는 추세다.

기상청의 ‘한국기후변화평가보고서’를 보면 1954년~1999년에는 10년에 섭씨 0.23도씩 상승했고, 1981년~2010년에는 10년에 0.41도씩 올라갔다. 특히 2001년~2010년 10년간에는 0.5도로 치솟았다.

폭염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IBS((기초과학연구원) 기후물리연구단 하경자 교수팀이 기후모델을 통해 예측한 21세기 말 한반도 기후 상황에 따르면 후텁지근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습윤 폭염’이 10년에 2일 정도씩 지속해 늘어날 것으로 관측됐다.

습윤 폭염은 건조 폭염에 견줘 열 스트레스 지수(HI)가 높다. 건조 폭염의 HI는 ‘주의’ 수준이지만, 습윤 폭염은 ‘극도로 주의’, ‘위험’ 단계에 이른다.

땡볕 막아줄 무더위 그늘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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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내용을 담은 책 ‘첫 번째 기후과학 수업'(위즈덤하우스)이 최근 출간됐다. 과학자들의 연구 모임이자 사단법인인 ‘집현네트워크’가 지난 2년간 연구한 성과를 담았다. 강호정 연세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 남성현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등 기후 문제와 관련해 활약 중인 국내 과학자 37인이 뜻을 모았다. 기후변화의 현주소는 물론 신종 감염병과 탄소중립, 신재생에너지 문제 등 기후와 연관된 포괄적인 문제들을 다채롭게 소개했다. 국내 과학자가 정립한 우리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분석이어서 한국 관련 내용이 많은 게 특징이다.

집현네트워크 회장인 이공주 이화여대 명예 석좌교수는 책 머리말에서 “‘첫 번째 기후과학 수업’이 앞으로 지속적으로 나올 다양한 집현문서의 맏이로서 널리 공유되어, 우리가 사는 세상에 과학과 기술에 대한 신뢰를 더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위즈덤하우스. 4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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