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뮤지컬어워즈 연출상…공연 연출 지망생 대상 특강
“대본 많이 읽고, 수시로 반문하길”…”어떤 공연이든 최선 다해야”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제가 매일 하는 훈련이 있어요. 여러분도 날마다 한 편의 이야기를 창작해 보길 바랍니다.”
국내 창작 뮤지컬 ‘마리 퀴리’로 2021년 제5회 한국뮤지컬어워즈 연출상을 받은 김태형 연출이 공연연출 지망생들에게 건넨 ‘꿀 팁’ 조언이다.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CKL기업지원센터 콘퍼런스룸에서 ‘바닥을 치고 반등한다’를 주제로 열린 오픈 강연에 김 연출이 일일 강사로 나섰다. 한국콘텐츠진흥원과 공연기획사 HJ컬쳐가 공동으로 진행한 ‘2024년 콘텐츠 창의인재동반사업’ 일환으로 마련된 특강이었다.
창의인재동반사업 극작 분야와 작곡 분야 멘티 등 70여명의 수강생을 대상으로 한 이날 강연에서 김 연출은 자기 경험을 토대로 네 가지 조언을 했다.
김 연출은 ‘마리 퀴리’를 비롯해 뮤지컬 ‘천 개의 파랑’과 ‘개와 고양이의 시간’, 연극 ‘하스토리보이즈’ 등을 연출하며 대세 연출가로 주목받았다. 그의 대표작인 ‘마리 퀴리’는 뮤지컬 본고장인 영국 웨스트엔드에 진출한 첫 한국 작품이 됐다.
김 연출은 먼저 날마다 한 편의 이야기를 창작해보라고 권했다. 공연 연출가도 결국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드는 것을 최종 목표로 하는 직업이어서 이야기 창작을 습관처럼 몸에 익혀야 한다는 것이다.
수강생들이 실감할 수 있는 사례로 자신이 연출한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을 들었다. 서울 서대문구 연남장에서 지난달 5일부터 상연되고 있는 작품이다. 관객이 요구하는 대로 이야기와 노래를 현장에서 즉흥으로 만들어가는 공연이다.
김 연출은 “대본도 없이 순간에 집중해서 공연을 마무리하면 세상 무엇보다도 강한 행복감을 얻는다”며 “이런 즉흥 공연처럼 최소 5개 장면을 떠올려서 처음과 중간, 끝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만들면 좋은 훈련이 된다”고 설명했다.
김 연출은 강연에서도 수강생들에게 ‘주식’을 소재로 5개의 장면으로 된 이야기를 만들어 보라고 즉석에서 숙제를 내기도 했다.
다음 조언은 ‘대본을 많이 읽어라’였다. 대본을 많이 읽고 고민하는 만큼 연출력이 는다는 것이 김 연출의 지론이다.
그는 “아무리 힘든 날이어도 작품의 대본을 처음부터 끝까지 매일 읽어야 한다”면서 “그러면 조금이라도 아이디어가 생기고, 작품에 대한 복잡한 생각도 정리가 된다”고 말했다.
연출가로서 당연히 지녀야 할 덕목이라고 여겨지지만, 실제 공연 현장에서는 대본을 전혀 읽지 않고 작품을 준비하는 연출가가 많다고 한다. 김 연출은 “대본을 매일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며 “습관처럼 대본을 읽다 보면 어느 순간 매일 읽는 대본이 새롭게 다가올 것”이라고 했다.
김 연출이 건넨 세 번째 당부는 정말로 공연 연출을 좋아하는지 수시로 반문하라는 것이었다. 그는 “훌륭한 연출가가 되는 방법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데 꿈이 아니고 행복하지 않으면 하지 말라고 답한다”며 “공연 연출은 경제적으로 좋은 직업이 아니다. 견딜 수 있는지, 행복할 수 있는지를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 조언은 ‘어떤 공연이든 끝까지 최선을 다하라’였다. 김 연출은 “나쁜 공연은 열심히 하지 않은 공연”이라며 “최선을 다해서 준비한 공연은 그 목적이 상업적이든 아니든 좋은 공연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연출의 이 같은 확고한 철학은 방황했던 청년 시절에 대한 반성에서 기인한다. 카이스트 3학년 때 자퇴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 입학한 김 연출은 서른살에 졸업한 뒤 3개월간 은둔 생활을 했다. 그러다 어느 날 밤 흐드러지게 핀 목련을 보고 ‘인생을 너무 낭비했다’는 죄책감에 밤새 울었다고 한다.
이후 극장 무대 설치 일을 시작하면서 은둔 생활을 끝냈고, 우연히 조연출로 참여한 작품에서 연출이 개인 사정으로 관두면서 연출까지 맡게 됐다.
김 연출은 “그 이후로는 누군가가 내게 뭘 하자고 하면 무조건 최선을 다해서 한다”며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그 결과는 반드시 자신에게 돌아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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