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을 참기에는 충분히 오래 살았어’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 소설, 한국을 말하다 = 장강명 외 20인 지음.
한국 문학계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작가 21명이 ‘현재의 한국 사회’를 주제로 쓴 4천자 내외의 초단편 소설 21편을 엮었다.
인공지능(AI), 콘텐츠 과잉, 거지방, 사교육, 번아웃, 고물가, 오픈런, 새벽 배송 등 작가들이 선택한 키워드는 한국 사회 구석구석을 비추는 거울 같다.
이서수 작가는 목숨 걸고 돈을 아끼는 청년들의 채팅방인 거지방을 통해 젊은이들의 팍팍한 일상을 리얼하게 그려냈다.
백화점 앞 대기 줄 선두에 서서 구매 대행을 해주는 ‘오픈런’ 아르바이트를 하고(손원평의 ‘그 아이’), “해가 뜨기 전에 모든 걸 해야 한다”며 쫓기듯 새벽 배송을 하던 중 다른 배송 기사의 사망 소식을 접하는(천선란의 ‘새벽 속’) 이야기는 지금 우리가 디딘 현실이다.
은행나무. 248쪽.

▲ 초콜릿을 참기에는 충분히 오래 살았어 = 마르가레타 망누손 지음. 임현경 옮김.
올해로 아흔살인 저자는 초콜릿 바를 한 입 먹을 때마다 갑자기 재채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럴 때면 재채기가 멈추자마자 바로 한입을 더 먹는다. “내 나이쯤 되면 가끔 이렇게 생각해 버리는 것이 정말 중요하니까, 그러거나 말거나!”
저자가 삶을 대하는 태도가 진지하고 무겁지만은 않다. 삶을 즐겁게 해주는 기회를 “우리만” 놓치지 않기 위해 기술 발전을 잘 따라가야 한다든지, “늦었다고 생각하는 바로 그 순간 죽기 시작하는 것”이라고 유쾌한 메시지를 전한다.
스웨덴식 미니멀 라이프 ‘데스 클리닝'(death cleaning)을 전 세계에 알린 저자의 신작 에세이다. 그는 85세에 낸 데뷔작 ‘내가 내일 죽는다면’에서 언제 찾아올지 모를 죽음에 대비해 자기 물건을 미리 정리하자고 제안해 열풍을 일으켰다.
알에이치코리아. 2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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