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애란·정유정·차인표 소설 등 주목
1천쪽짜리 책도 하루 200쪽씩 읽으면 연휴 내 완독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올해 추석 연휴는 주말을 포함하면 닷새다. 적지 않은 시간인 만큼 그간 읽지 못한 책을 읽으며 재충전의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최근 유행하는 베스트셀러 소설책과 노벨문학상 수상 후보작부터 좀 더 진지하고 깊은 내용의 ‘벽돌 책’, 가볍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힘을 뺀 서적까지 다양한 책들이 한가위 독자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 2020년대 추석 베스트셀러는 소설…올해는 김애란? 정유정?
찬 바람이 솔솔 불기 시작하면 대체로 소설이 강세였다. 추석 연휴에도 소설이 주로 주목받았다.
13일 예스24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이 추석 소설 베스트 1위에 올랐고, 2022년에는 김훈의 ‘하얼빈’이, 2021년에는 이미예의 ‘달러구트 꿈 백화점2’가, 2020년에는 정세랑의 ‘보건교사 안은영’이 선두를 차지했다.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추석 베스트셀러’를 놓고 벌이는 작가들 간 각축이 치열하다. 최근 3주 내내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순위는 소설이 차지했는데, 주마다 1위 작품이 바뀌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소설가 김애란이 13년 만에 내놓은 장편소설 ‘이중 하나는 거짓말’이 출간 즉시 1위에 오르더니 그다음 주에는 정유정 미스터리 ‘영원한 천국’이 출간과 함께 김애란 신작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금주에는 차인표 청소년 소설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이 1위에 올랐다. 자기계발서가 각광받는 시대에 소설이 주목받는 것도 이례적인데 신작 소설이 1위 자리를 매주 갈아치우는 건 더 드문 일이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노벨문학상을 점쳐보며 책을 읽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찬쉐(殘雪),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옌롄커(閻連科), 엘레나 페란테, 살만 루슈디, 저메이카 킨케이드 등 다양한 작가들이 거명되고 있다. 교보문고와 예스24 등 양대 서점은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를 예측해보는 관련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
◇ 두꺼운 ‘벽돌 책’에 도전해볼까.
시간이 있기에 그간 못 읽은 이른바 ‘벽돌 책’에 도전해보는 것도 한가위를 보내는 알찬 방법이다. 그런 점에서 로버트 M. 새폴스키가 쓴 ‘행동’은 야심 있는 독자라면 도전해 볼만 한 책이다. 신경생물학, 유전학, 뇌과학, 사회생물학, 심리학 등 다양한 학문분과를 가로지르는 이 책은 지적으로 압도감을 준다. 인간 진화를 ‘맥락’의 관점에서 접근한 과학책인데, 저자는 우리가 뭔가 근사한 행동을 할 때도, 끔찍한 행동을 할 때도 “훈련, 노력, 의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1천40쪽 분량으로 매일 200쪽가량만 읽으면 완독할 수 있다.
세계적 종교학자인 카렌 암스트롱의 ‘신의 역사’는 4천년 유일신의 전통을 더듬어보면서 인류가 어떻게 신의 개념을 만들고 변화시켜왔는가를 조명한 책이다. 인간이 왜 그토록 신에게 천착하는지 그 이유를 분석한 저자의 대표작이다. ‘신’이라는 말속에 들어있는 모순에 대해 고민해봤을 만한 독자라면 깊이 있는 사유가 돋보이는 이 책을, 시간 내서 읽을 만하다.
제2차 세계대전을 제국주의의 관점에서 파헤친 ‘피와 폐허’도 보기 드문 수작이다. 리처드 오버리 영국 엑스터대 교수가 쓴 이 책은 제2차 세계대전의 시작을 만주사변에서 찾는다는 점이 흥미롭다. 국제 공산주의의 관점에서 제2차대전의 흥망을 바라본 조너선 해슬럼의 ‘전쟁의 유령’과 함께 읽으면 좋을 듯싶다.
평전으로는 최근 출간된 ‘애덤 스미스 평전’과 ‘헬렌 켈러’가 눈길을 끈다. 경제학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가 돈을 중시한 게 아니라 ‘정의’에 방점을 뒀다는 사실, 헬렌 켈러가 단지 시련을 극복한 장애인 소녀가 아니라 여권과 노동권을 옹호한 열렬한 투사였다는 사실이 이채롭다.
벽돌 책을 읽으며 머리가 아팠다면 가벼운 책을 손에 잡고서 쉬엄쉬엄 읽어보는 것도 한가위를 즐기는 나쁘지 않은 전략이다. 577편의 짧은 ‘이야기’를 엮어 세계사라는 한 폭의 그림을 완성한 에두아르도 갈레아노의 ‘거울들’, 실크로드를 탐방하고픈 욕구를 부추기는 ‘옥시아나로 가는 길’, 어머니의 죽음을 딛고 피아노를 다시 치기 시작한 한 작가의 이야기 ‘피아노로 돌아가다’는 벽돌 책에 견줘 짧고 내용도 쉽지만, 만만치 않은 무게감이 돋보이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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