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감성’에 맞춘다…해외 작가 발굴 넘어 프로듀싱까지

네이버웹툰 ‘마피아 내니’·’아워 시크릿 메리지’ 등 사례 늘어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최근 네이버웹툰이 해외 시장에서 현지 프로듀서 역할까지 도맡아 작품을 내놓고 있어 눈길을 끈다.

그동안은 현지 작가를 발굴하는 방식을 주로 택했는데 독자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시장 분석을 토대로 기획하는 새로운 제작 방식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웹툰 ‘마피아 내니’
[네이버시리즈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19일 웹툰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웹툰의 본사 웹툰엔터테인먼트가 지난해 11월 북미에서 ‘마피아 내니’라는 작품을 내놨다.

엘리트 보모 아카데미 출신 주인공이 마피아 부두목의 아들을 돌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이 웹툰의 가장 특별한 점은 처음부터 북미를 겨냥해 플랫폼이 기획한 작품이라는 것이다.

웹툰엔터 소속 PD가 직접 영국의 엘리트 보모 교육기관 관련 다큐멘터리 영상을 본 뒤 보모를 소재로 선정했고, 북미 인기 장르인 마피아 요소를 더했다.

전체적인 작품 컨셉을 정한 뒤에는 현지 글·그림 작가를 찾았다. ‘포에버 애프터’의 글 작가인 바이올렛 매터, 프리랜서 삽화가인 sh00 작가를 모아 작품을 만들게 됐다.

영미권에서 익숙한 소재와 장르가 눈에 띈다.

영미권 독자에게는 ‘메리 포핀스’ 시리즈 등의 영향으로 보모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 익숙하다. 또 영화 ‘대부’ 시리즈를 비롯해 마피아 창작물이 꾸준히 인기를 끌어왔다.

하지만, 문화적 배경이 다른 한국 웹툰에는 마피아나 보모를 소재로 한 작품이 거의 없었다. 이에 현지에서 직접 작품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마피아 내니’는 영어권에서만 누적 조회수 8천만 회(8월 기준)를 기록했다. 현재는 프랑스어, 스페인어, 태국어, 인도네시아어, 중국어 번체자, 한국어로도 번역돼 여러 국가 독자를 만나고 있다.

‘아워 시크릿 메리지’
[네이버웹툰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인도네시아 웹툰 ‘아워 시크릿 메리지’도 현지 프로듀싱을 통해 탄생한 작품이다.

언뜻 보기에는 한국 웹툰을 번역한 작품 같지만, 작가가 모두 현지 출신이다.

웹툰 ‘조이풀 딜라이트’, ‘마타하리 ½ 링카르’ 등을 그린 카이루니사 작가가 각색을, ‘어 플라워 포 나오’를 만든 VBi 작가가 작화를 맡았다.

주인공 이름과 줄거리 등에서 한국적인 요소가 엿보이는 것은 원작이 한국 웹소설 ‘연애보다 결혼’이라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보수적인 인도네시아 독자들의 입맛에 맞춰 네이버웹툰 PD 등이 ‘선결혼 후연애’ 주제의 웹소설을 찾았고, 이를 인도네시아 작가의 손에 맡겨 현지 독자들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웹툰으로 재탄생시켰다.

기나 피아니 네이버웹툰 인도네시아 PD는 연합뉴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인도네시아에서 대다수의 사람은 이슬람교의 종교적 가르침을 강하게 고수하고 결혼의 신성성을 믿는다”며 “‘선결혼 후연애’는 인도네시아의 문화적 특성을 고려하면서도 창작자가 남녀 간의 로맨스를 풀어낼 수 있는 최적의 장치”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네이버 웹툰
[네이버웹툰 제공]

그간 한국의 웹툰 플랫폼들은 해외 시장에서 현지 입맛에 맞는 작품을 찾기 위해 현지 아마추어 작가를 발굴해왔다.

이를 위해 네이버웹툰은 ‘캔버스’·’인디즈’ 등 아마추어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으며,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해외 공모전을 진행해왔다.

아무래도 한국 웹툰을 그대로 번역하는 것보다는 현지 작가가 만들어야 미묘한 문화적 이질감을 덜 수 있고, 현지 시장에 안착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다만, 아마추어 작가가 혼자서 만든 웹툰은 완성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플랫폼에서 시장 분석을 통해 기획하고, 현지 작가 여러 명과 글·그림 작업을 나눠서 하는 프로듀싱 방식이 새로이 등장한 것으로 풀이된다.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현지 작가 발굴 및 프로듀싱의 노력 덕분에 로컬 오리지널(독점) 웹툰의 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며 “로컬 창작자가 글로벌 웹툰 창작자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heev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