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생활 시작한 청주 ‘청년극장’ 40주년 연극 ‘열개의 인디언 인형’ 특별출연
“그 시절이 없었다면 지금의 저는 없었다” 눈시울 붉혀
(청주=연합뉴스) 이성민 기자 = 배우 유해진(54)이 30년만에 고향 청주의 연극무대에 오른다.
극단 ‘청년극장’ 창단 40주년 기념으로 내달 22일부터 청주 씨어터제이 극장에서 공연되는 연극 ‘열 개의 인디언 인형’에 특별출연하는 그는 26일 기자간담회에서 “청년극장은 제게 한마디로 ‘그리움’ 그 자체입니다. 그 시절이 없었다면 지금의 저는 없었어요”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청년극장은 청주 극장가의 열기가 뜨거웠던 80·90년대 신인 시절이었던 유해진이 배우의 꿈을 키운 곳이다.
고등학교 2학년 때 극단의 청소년 연기 캠프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입단한 그는 20대 중반에 서울로 향하기 전까지 이곳에서 실력을 갈고닦았다.
청년극장은 유해진 연기 인생의 뿌리와도 같은 곳이다.
처음엔 청소부터 시작해 선배들의 어깨 너머로 연기를 배웠다는 그는 수년간 이 극장에서 먹고 자며 연기자의 기반을 다졌다.
유해진은 “석유난로 옆 소파에서 자면서 연기만 했던 그 시절은 춥고 배고팠지만, 배우로서 어느 때보다 떳떳했던 때”라면서 “그 시절이 없었으면 지금의 저는 없었다. 아주 소중한 시절”이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극장의 쿰쿰한 냄새가 너무 그리웠다. 청주에 내려오니 극장 근처의 옛 거리가 너무 반갑더라”며 눈시울을 다시 붉혔다.
유해진은 그가 활동 무대를 서울로 옮긴 뒤에도 지난 30년간 단원들과 끈끈한 인연을 이어왔다고 한다.
지방에 촬영하러 갈 때면 꼭 청주에 들러 후배들의 연기를 봐주거나 함께 술자리를 했다.
이번 출연은 유해진이 한때 함께 무대에 섰던 극단 선배이자 현재는 청년극장 대표인 이윤혁씨의 출연 제의를 흔쾌히 수락하면서 이뤄졌다.
열악한 지역 극장가의 사정을 아는 유해진은 극단 최고참 배우보다도 적은 출연료를 자청하며 기꺼이 출연하겠다고 화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해진은 “서울에서도 연극을 하자는 제의는 많았지만, 다 거절하고 내려왔다”며 “지금 안 하면 고향 무대에 언제 다시 서보겠느냐는 생각이 컸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후배들과 연습을 마치고 술을 마시는 자리에서 ‘이날을 언젠간 또 그리워하겠지’라는 말을 했다”며 “후배들과 함께 무대에 서는 시간이 그저 소중하기만 하다”고 했다.
그는 당분간 청주에서 지내면서 공연 준비에만 매진할 계획이다.
소속사에도 웬만해서는 다른 일정을 잡지 말아 달라고 얘기를 해둔 상태라고 한다.
그는 “어느덧 연극보다는 영화를 해온 세월이 더 많아졌다”며 “시간이 많이 없지만 빨리 잃어버린 감을 되찾아 고향 무대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공연으로 사람들이 ‘연극도 볼만하다’는 생각을 갖게 하고 싶다”면서 “이 지역의 극장가가 다시금 활성화될 수 있는 작은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내달 22일부터 31일까지(평일 오후 7시30분·공휴일 오후 4시) 씨어터제이 극장에서 공연되는 ‘열 개의 인디언 인형’에서 유해진은 의사 ‘암스트롱’ 역으로 출연한다.
작품은 10명의 낯선 사람들이 외딴섬의 저택으로 초대되면서 한 명씩 의문스러운 죽음을 맞이하는 미스터리 서스펜스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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