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진 울산울주세계산악영화제 프로그래머 “접근성에 중점”

“올해 주목할 포인트, ‘가족’ 소재 영화 많아…울산대공원서도 다양한 프로그램 진행”

“내년 열리는 10회 영화제는 보다 한국적인 영화제로 준비할 것”

이정진 울주세계산악영화제 프로그래머
[울주세계산악영화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울산=연합뉴스) 장지현 기자 = “보다 한국적인 산악영화제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이정진 울산울주세계산악영화제 프로그래머는 올해 9회 영화제가 개막하는 27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올해 영화제에는 관객들이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영화들을 선정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에서 관람하기 힘든 독립영화 제작진을 만날 기회를 마련하고 방문객들이 게스트와의 만남, 공연 등 영화를 통해 풍성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며 “특히 올해는 가족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많이 소개되니 마음껏 즐겨달라”고 했다.

이날부터 10월 1일까지 울산 울주군 영남알프스 복합 웰컴센터와 울산대공원 청소년광장 일원에서 열리는 제9회 울산울주세계산악영화제는 국내 유일의 국제 산악영화제다.

지난해 열린 제8회 울산울주세계산악영화제 개막식
[연합뉴스 자료사진]

다음은 이 프로그래머와의 일문일답.

— 영화제가 벌써 9회째를 맞았다. 프로그래머로서 소감이 있다면.

▲ 3회 영화제 합류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9회다. 매년 영화제를 찾는 시민들 덕분에 영화제도, 저도 점점 성장하고 있다. 작년에 이어 재방문하는 관객이 있으면 반갑고, 새로운 관객들이 영화제를 찾아 즐거운 표정을 지으면 힘을 얻는다. 특히 올해는 영화제 기간 국제 산악영화협회 총회를 개최한다. 해외 산악영화 관계자들이 울산을 방문하고 영화제를 참관할 기회를 마련해 기쁘다.

— 올해 영화제 주제와 의미는.

▲ 올해 영화제 슬로건은 작년과 동일한 ‘함께 오르자, 영화의 산’이다. 산·자연·인간의 공존을 이야기하는 영화들을 함께 관람하고, 마치 산을 등반하는 것처럼 영화를 통해 도전 의식을 고취하고 함께 즐기자는 의미다.

— 올해 영화제 프로그램 구성 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 관객들이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소재와 주제의 영화들을 선정하려고 노력했다. 평소 지역에서 잘 관람하기 힘든 한국의 독립영화를 소개하고, 그 감독과 배우들을 직접 만날 기회도 최대한 많이 마련했다.

특히 작년부터는 섹션별로 어떤 영화를 소개하는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도록 산, 자연, 인간으로 섹션을 구분했다. 게스트와의 만남, 공연 등 영화를 통해 풍성한 경험도 준비했다.

제8회 울산울주세계산악영화제 개막
[연합뉴스 자료사진]

— 올해 영화제에서 주목할 만한 포인트가 있다면.

▲ ‘가족’이다. 모든 섹션에서 가족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많이 소개된다. 역사 속에서 오래 이어져 온 가족이라는 개념이 최근 다양해지고 있다. 사회와 기술의 급변과 가족을 둘러싼 전통적인 가치관의 충돌 속에서, 세태의 변화를 몸소 체험하는 이야기들이 많다.

국제경쟁 부문 ‘디어 마더’를 비롯해 ‘빌리 앤 몰리: 사랑해 수달’, 한국 영화 ‘장손’과 ‘여름이 지나가면’이 대표적이다.

— 작년에 이어 올해도 도심에서 영화제를 동시 개최하는데.

▲ 기존 ‘울주세계산악영화제’였던 명칭에 지난해부터 ‘울산’을 붙이면서 장소에도 변화를 줬다. 작년엔 태화강 국가 정원 왕버들 마당에서 이틀간, 올해는 울산대공원 청소년광장에서 닷새간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영남알프스 복합 웰컴센터까지 방문이 어려운 분들을 위해 울산대공원에 다양한 영화 상영과 공연을 준비해뒀다. 여건이 되는 분들은 영남알프스에서 보다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영화 ‘행복 검침 왔습니다!’의 한 장면
[울산울주세계산악영화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올해 추천 영화는.

▲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클라이머의 도전을 표현한 단편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바디 오브 라인’, 국제경쟁 심사위원 프란체스코 클레리치의 ‘숲속의 저녁’을 추천한다.

숲속 동물을 관찰하는 태양광 카메라와 그 안에서 진행되는 음성 메시지를 통해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진다. 같은 감독의 최근작 ‘아이스 빌더’ 상영에서는 이탈리아 트렌토영화제에서 진행한 사진 전시작품을 함께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부탄 국적 아룬 바타라이 감독의 ‘행복 검침 왔습니다!’ 를 추천한다. 행복지수가 높은 것으로 알려진 부탄 사람들의 현재를 행복 검침원들을 매개로 해서 보여준다.

이제 막 신문물을 접하며 큰 변화를 겪는 부탄인들이 모습을 통해, 과연 행복이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는 영화이다. 감독이 영화제를 직접 방문해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 울산울주세계산악영화제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은.

▲ 영화제가 내년에 10회째를 맞는다. 5회 때는 팬데믹으로 영화제 개최 자체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감회가 남다르다. 이미 10회 영화제를 조금씩 준비하고 있는데 예산 지원이 성패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방문한 몇몇 해외 산악영화제에서 관객 관심도가 한국과는 차이가 있음을 느꼈다. 알프스산맥, 로키산맥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환경과 큰 준비 없이도 오를 수 있는 산을 다수 보유한 환경에서는 산에 대한 인식이 다를 수밖에 없다.

제10회 울산울주세계산악영화제는 보다 한국적인 산악영화제,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영화제로 준비하려 한다.

jjang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