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 진실화해위 진실규명 사건 중 첫 재조사 자체 결정에 우려 표명
(서울=연합뉴스) 김정진 기자 =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이미 진실규명이 된 사건을 처음으로 재조사하기로 자체 결정한 데 대해 일부 위원들이 “또 다른 진실왜곡이 될 수 있다”며 우려 목소리를 냈다.
야당 추천인 진실화해위 이상희·이상훈 위원은 27일 오후 서울 중구 뉴스타파 함께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위원회에서 최근 재조사 중인 고(故) 백락정 씨 사건에 대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진실화해위는 지난해 11월 백씨에 대해 ‘충남 남부지역 국민보도연맹 및 예비검속 사건’ 희생자로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가 최근 재조사 절차를 밟기로 했다. 백씨가 1951년 1월 국방경비법 위반 혐의로 사형 판결을 받았다는 판결문이 지난 8월 발견된 것이 근거가 됐다.
2기 진실화해위에서 진실규명 결정이 내려진 사건이 당사자의 이의 신청 등이 아니라 새로운 증거 발견에 따라 재조사를 자체 결정한 것은 처음이다.
두 위원은 한국전쟁 당시 국방경비법에 의한 집단희생 사례가 많고 백씨의 사형판결 이유가 공란으로 남아있다는 점을 들어 판결문의 신뢰성을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한국전쟁 당시 국방경비법 판결은 추후 재심을 통해 무죄로 뒤집히는 경우도 많다며 1기 진실화해위에서 진실규명 불능 결정을 받았다가 재조사 후 진실규명 결정을 받고 법원 재심에서도 무죄 판결을 받은 고 전재흥씨 사건이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상훈 위원은 “백씨 사건과 유사한 사례가 10건 정도 더 있는 것으로 안다”며 “진실규명 결정이 취소되는 사례가 더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한 개인의 사건으로만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상희 위원도 “판결문이 정말 정당한지, 절차에 문제가 없었는지 등에 대해 상세한 재조사를 요구한 상태”라며 추후 유사 사례에 대해서도 문제제기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회견에는 백씨 조카이자 이 사건 진실규명 신청자인 백남식 씨도 참석했다.
백남식씨는 작은아버지인 백씨가 1950년 7월 초 경찰 지서에서 온몸에 피멍이 들고 밧줄에 묶인 모습으로 목격됐다며 “다음 날 (지서에) 다시 가보니 행방불명 됐다는데 언제 (사형판결을 받을) 이적행위를 했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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