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의 작가賞’ 부산 골든브릿지 어워즈 수상·’오늘의 우리만화’ 최종후보
(고양=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이건 꿈에 관한 이야기예요. 보통 사람이 창작자를 동경하고, 좌절하고, 자신을 돌아본 뒤 최초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이야기인 거죠.”
이현중(42) 작가는 6일 경기 고양시 작업실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며 자기 작품 ‘환상의 애니’에 대해 이같이 소개했다.
‘환상의 애니’는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진하게 담아낸 웹툰이다.
큰 꿈을 안고 서울 소재 대학 애니메이션학과에 진학하고, 재학생 시절 ‘종이비행기’라는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며 큰 주목을 받았으나 완성작을 발표하지 못한 채 감독의 꿈을 접게 된 실제 경험이 모두 웹툰 속에 담겼다.
이 작가는 “주인공인 태중이와 저를 완전히 구분해 설명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둘의 환경과 성격이 비슷하지만 전개되는 이야기는 거의 다 창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의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를 꿈꾸지 않았다는 것, ‘종이비행기'(작중 ‘편지 배달부 린’)를 태중이보다 더 늦은 나이에, 더 오래 만들었다는 것 등도 다른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작중 태중은 휴학 후 학생들을 모아 애니메이션 ‘편지 배달부 린’을 만든다. 이 작품의 예고편은 ‘한국의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극찬과 함께 언론에도 보도되지만 완성본은 영영 발표되지 못했다.
작가는 “창작자는 작품과 자신을 분리하는 것이 어렵지 않느냐”며 “태중의 기준으로 완성작이 너무 졸작이었고, 이를 세상에 내놓으면 쏟아질 비난이 무서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는 어땠을까.
‘종이비행기’ 예고편은 지상파 뉴스에도 보도됐고, 음향 작업을 제외하고는 전부 마무리됐지만 역시 일반에는 공개되지 않았다.
그는 “‘종이비행기’는 실제로도 저한테 엄청난 트라우마였다”며 “이번에 웹툰을 그리면서 (‘종이비행기’ 영상 파일을) 다시 받아서 보게 됐다. 그래도 ‘이 웹툰의 핵심이니, 아예 의미가 없지 않았구나’라고 생각하면서 치유되는 느낌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담겨서인지, 이 웹툰은 창작물이라기보다는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도 난다.
이야기가 현실감 있는 다큐멘터리처럼 보이길 바라면서 거칠거나 불규칙한 레이아웃을 연출했다고 작가는 설명했다.
현실 속 애니메이션들이 연상되는 작품들도 많이 등장한다.
이대희 감독의 애니메이션 ‘파닥파닥’은 ‘팔딱팔딱’으로, 미완의 애니메이션인 ‘종이비행기’는 ‘편지 배달부 린’으로, 2003년 개봉한 대작 애니메이션인 ‘원더풀 데이즈’는 ‘뷰티풀 데이즈’로 살짝만 이름을 비틀어 웹툰 속에 녹여냈다.
작품 후반부에 태중은 진짜 창작자로 거듭난다. 모든 것을 비운 뒤 진짜 창작자가 되는 모습을 작가는 어떻게 표현했을까.
“결국 뻔할 수는 있지만 어떤 것을 어떻게 그릴까 상상하는 그 빛나는 순간이 있잖아요. (그 장면이) 처음 장면과 다시 이어지는 것 같기도 하더라고요. 제가 생각해냈다기보다는 ‘발견’한 장면 같았어요.”
이 작가는 한동안 프리랜서와 회사원으로 일하다가 2021년 카카오웹툰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를 통해 웹툰 작가로 데뷔했다.
회사에 다닐 때 SNS에 그림을 간간이 올렸는데, 마영신 작가가 이를 보고 웹툰을 함께 만들자고 연락해오면서 생각지 못한 웹툰 작가의 길을 걷게 됐다.
2022년 4월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를 완결 짓고, 곧장 같은 해 11월 본인이 글·그림을 모두 맡은 ‘환상의 애니’를 만들었다.
꿈꾸는 학생,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의 어려움과 좌절, 성찰을 깊게 다룬 이 웹툰은 많은 창작자의 마음을 울렸다.
‘환상의 애니’는 올해 부산 지역 작가들이 뽑는 작가상인 부산 골든브릿지 어워즈를 수상했다. 국내 3대 만화상인 ‘오늘의 우리만화’ 최종 후보에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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