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투애니원 “멈췄던 우리가 다시 여러분 앞에…꿈만 같다”

15주년에 10년 만 단독 콘서트…히트곡 뒤 또 히트곡에 팬들 “더 놀자!”

투애니원 15주년 콘서트 ‘웰컴 백 인 서울’
[YG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이 모습은 꿈에서 본 장면이에요. 4명이 함께 여러분을 찾아뵙는 모습이요. 실제로 이뤄지는 걸 보면 꿈은 이뤄집니다. 항상 저희 곁에 머물러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공민지)

“(우리는) 잠시 멈춰 있던 그룹이었는데, 여러 과정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이 자리에 여러분들과 함께 할 수 있어 정말 꿈만 같습니다.” (씨엘)

오랜 기다림인 만큼 열기도 거셌다. 히트곡 뒤에 또 히트곡, K팝 팬이라면 누구나 알 법한 익숙한 노래 뒤에 또 아는 노래가 뒤따랐다.

6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2세대 K팝 대표 걸그룹 투애니원의 단독 콘서트 ‘웰컴 백 인 서울'(WELCOME BACK IN SEOUL)에서다.

산다라박은 “올림픽홀은 투애니원의 첫 콘서트 ‘놀자’를 연 아주 특별한 곳”이라며 “(데뷔) 15주년 기념으로 여기서 뭉치게 돼 너무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씨엘(CL), 산다라박, 박봄, 공민지 네 멤버로 구성된 투애니원은 지난 2009년 데뷔해 화려한 퍼포먼스, 당당한 자신감, 빼어난 라이브 실력 등을 앞세워 2세대 간판 걸그룹으로 활약했다. 네 멤버는 데뷔곡 ‘파이어'(FIRE)를 단번에 히트시킨 것을 시작으로 ‘아이 돈트 케어'(I DON’T CARE), ‘어글리'(UGLY) 등의 히트곡을 잇달아 냈다. 네 멤버의 독특한 개성과 패션 역시 매번 화제를 모았다.

투애니원은 2016년 11월 해체를 발표했고, 이듬해 1월 마지막 노래 ‘굿바이'(GOOD BYE)를 내놨다. 이들이 단독 콘서트로 팬들을 만나는 것은 2014년 이후 무려 10년 만이다.

장내가 암전되고 네 멤버가 무대 위 단상에 등장하자 장내가 떠나갈 듯한 환호로 뒤덮였다. ‘컴백홈'(COME BACK HOME) 한 소절에 이어 씨엘의 포효하는 듯한 랩을 시작으로 데뷔곡 ‘파이어’가 흘러나오자 콘서트는 시작부터 곧바로 축제 분위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장내를 꽉 채운 팬들은 ‘에에에에에에에 투애니원’ 하는 흥겨운 후렴구를 떼창으로 따라부르며 오랜 갈증을 풀어냈다.

관객 중에는 산다라박이 ‘파이어’ 시절 선보인 파격적인 ‘파인애플 머리’를 그대로 따라 한 팬도 눈에 띄었다.

씨엘은 녹슬지 않은 카리스마를 뽐내며 무대를 종횡무진으로 오갔고, 공민지는 무릎에 멍이 들도록 격한 안무를 소화하며 춤 실력을 드러냈다. 박봄과 산다라박의 독특한 음색도 여전해 팬들을 반갑게 했다.

투애니원 15주년 콘서트 ‘웰컴 백 인 서울’
[YG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히트곡 부자’로 유명한 투애니원은 잇따라 대표곡 무대를 쏟아내며 관객의 흥을 끌어올렸다. ‘박수쳐’, ‘캔트 노바디'(CAN’T NOBODY), ‘두 유 러브 미'(DO YOU LOVE ME) 등이 이어졌고, 멤버들의 힘 있는 라이브와 귀가 먹먹하도록 울리는 라이브 밴드의 연주가 생동감 있게 어우러졌다.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신나는 비트와 흥겨운 멜로디는 보라, 빨강, 파랑 등 천연색 레이저 조명과 섞여 광란의 파티 같은 분위기를 빚어냈다. 1층 스탠딩 구역의 관객들은 응원봉을 높이 들고 펄쩍펄쩍 뛰며 흥을 돋웠다.

멤버들이 “투애니원”이라고 선창하자 팬들은 “놀자!”하는 외침으로 화답하기도 했다.

이달 4일부터 3일에 걸쳐 열린 이번 콘서트는 일찌감치 전석이 매진됐다. 이날 윤도현, 씨엔블루의 정용화, 걸그룹 뉴진스 등 선후배 가수들과 방송인 노홍철 등도 공연장을 찾아 멤버들을 응원했다. YG 후배 걸그룹 베이비몬스터는 게스트로 무대에 올라 선배 공연에 힘을 보탰다.

공연 도중에는 아이유, 뉴진스, 아이브, 트와이스, 에스파, 스트레이 키즈, 지코, 트레저, 지드래곤 등 정상급 K팝 가수들이 영상으로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투애니원 15주년 콘서트 ‘웰컴 백 인 서울’
[YG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씨엘의 ‘나쁜 기집애’·’멘붕’ 솔로 무대에 이어 투애니원의 ‘그리워해요’·’아파’·’론리'(LONELY) 등 감성적인 노래들이 무대에 올려졌다. 씨엘은 휘어 감기는 듯한 매력적인 보컬로 장내를 휘어잡았고, 공민지도 시원시원한 가창력을 마음껏 펼쳐 보였다. 팬들은 일제히 휴대전화 플래시 불빛을 켜고 멤버들의 목소리에 몸을 맡긴 채 2010년대로 시간 여행을 떠났다.

공연이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어글리’, ‘내가 제일 잘 나가’, ‘고 어웨이'(GO AWAY) 등 신나는 히트곡이 다시 한번 휘몰아쳤다. 네 멤버는 T자형 돌출 무대로 달려 나와 한 명 한 명과 눈을 마주치며 팬들과 호흡했다.

씨엘은 “(오늘이) 저희 네 명에게는 치유가 많이 되는 자리”라며 “이게 다 여러분 덕분”이라고 말하며 감격스러워했다.

박봄 역시 “무엇보다 투애니원으로 여러분께 인사드릴 수 있어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말했고, 산다라박은 “각자 솔로 활동을 했지만 넷이 함께 하고 싶었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팬들은 이날 평범한 앙코르 요청 대신 “더 놀자!”라고 외치며 멤버들을 무대로 한번 더 불러냈다.

투애니원은 ‘크러시'(CRUSH), ‘아이 돈트 케어’, ‘어글리’, ‘고 어웨이’, ‘캔트 노바디’ 등 히트곡 메들리를 앙코르로 선보이며 콘서트를 마무리했다.

네 멤버는 이후 필리핀 마닐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홍콩, 싱가포르, 태국 방콕, 일본 고베·도쿄, 대만 타이베이를 도는 아시아 투어에도 돌입한다.

“티켓 대란이 나서 공연을 못 보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봤어요. 저희 앙코르 콘서트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여기보다 큰 곳에서 (앙코르 공연을) 열어서 많은 분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산다라박)

ts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