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가해 주세요? 삼가 주세요!”…쉽지 않은 공공문장 바로 쓰기

우리글진흥원, 한글날 앞두고 공직자 333명 대상 실태 조사

“작성 시 문장 구성 어려워” 답변 많아…’우리말 순화’ 표현 중시

우리글진흥원, 한글날 앞두고 공직자 333명 대상 실태 조사
“작성 시 문장 구성 어려워” 답변 많아…’우리말 순화’ 표현 중시

‘삼가해 주시기 바랍니다’고 적힌 안내판
우리글진흥원 누리집 내 ‘공공문장 바로잡기 자원봉사’ 게시글 [우리글진흥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출입을 삼가해 주시기 바랍니다’, ‘타인의 물건을 파손하는 행위를 삼가해 주시기 바랍니다’….

안내 표지판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이 문장은 ‘잘못’된 사례다.

몸가짐이나 언행을 조심한다는 뜻의 단어는 ‘삼가하다’가 아니라 ‘삼가다’이기 때문에 ‘삼가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표현해야 정확하다.

자치단체나 정부 부처, 공기업에서 사용하는 공공문장은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어렵다고 느끼거나 잘못 사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우리글진흥원이 7일 공개한 ‘공공문장 바로 쓰기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공직자들이 각종 안내문을 쉽고, 정확하게 작성하고 있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45.6%가 ‘그런 거 같지 않다’고 답했다.

주요 설문 조사 내용
[우리글진흥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한글날을 앞두고 진행한 조사는 자치단체, 교육청 등에서 일하는 공직자 333명을 설문했다.

그 결과, 조사에 참여한 응답자들은 공공문장을 작성할 때 가장 어려운 점으로 ‘전체적인 문장 구성'(69.7%·복수 응답)을 꼽았다. 이어 ‘어법과 어휘 사용'(42.3%), ‘문장 성분 호응'(29.7%) 등의 순이었다.

공공문장을 작성할 때 누구의 도움 없이 혼자서 한다는 답변은 59.5%에 달했다. 주변 사람이나 동료, 외부 기관의 도움을 받는다는 응답은 40.5%였다.

조사자의 41.4%는 공문서를 작성할 때 자신감이 없는 편이라고 답했다.

공문서를 작성하고 난 뒤 칭찬을 받았거나 스스로 잘 썼다고 생각했냐는 물음에는 58.3%가 ‘다음에 잘 써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답했고, 13.2%는 ‘노력해도 어렵다’고 밝혔다.

조사에 참여한 응답자들은 대한민국 공무원의 문장 작성 능력은 대부분 ‘보통 이상’이라고 평가했으나, 체계적인 교육이나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주요 설문 조사 내용
[우리글진흥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들은 공공문장 바로 쓰기 능력이 떨어지는 원인으로 ‘작성 시간 촉박'(52.9%·복수 응답), ‘교육 지원 부족'(45.0%), ‘상사의 도움 부재'(22.8%) 등을 꼽았다.

공공기관이 사업명 등에 무분별하게 외래어를 사용해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지적과 관련, 응답자의 59.8%는 ‘가능하면 우리말로 순화해 사용하는 게 좋다’는 입장을 밝혔다.

응답자의 다수는 기억에 남는 잘못된 공공문장으로 ‘삼가해 주시기 바랍니다’를 꼽았다.

공직자를 대상으로 공공문장 사용 실태를 조사한 건 처음이라고 진흥원은 전했다.

ye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