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대사, 한일수교 60주년에 “역사 문제, 표현보다는 진정성”

日기자클럽 강연서 “역사문제에 연연할 필요 없어…집착하면 다른 일 진행 안돼”

(도쿄=연합뉴스) 경수현 특파원 = 박철희 주일 한국대사는 내년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새로운 공동 선언 등이 나올 때 역사 문제에 대한 일본 측의 표현보다는 진정성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7일 밝혔다.

박철희 주일한국대사
[도쿄=연합뉴스 자료사진]

박 대사는 이날 도쿄에서 열린 일본기자클럽 초청 강연에서 새로운 공동선언을 둘러싸고 일본 측이 과거사에 대해 어떤 사과와 반성의 표현을 담아야 한국 정권이 바뀌더라도 문제가 없을지를 질문받자 “너무 역사 문제에만 연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처럼 말했다.

그는 “일본 측 일부에서는 소극적인 이유가 역사문제”라며 “표현을 고민하다가 그만두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는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어 단어인 ‘진정성’을 언급하면서 “속마음을 얘기할 수 있느냐 하는 부분은 표현 문제가 아니고 사고방식 문제”라며 “역사는 제대로 인정하되 특정한 표현에 너무 구애받지는 않아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 대사는 명칭이 어떻게 정해지든 새로운 공동선언 같은 게 있으면 좋겠다며, 양국 협력에 따른 혜택을 국민이 느낄 수 있도록 추상적인 원칙에 그치지 않고 출입국 간소화 등 구체적인 협력 사업을 포함할 필요가 있다고도 제언했다.

그는 “역사문제에 집착하면 거기에 강한 생각을 가진 분들이 중심이 돼 다른 일은 더 이상 진행되지 않는다”며 “그 문제는 정중하게 다뤄야 하지만 좀 더 미래를 향한 구체적인 것들을 통해 국민이 관계 개선을 통해 좋은 점을 느끼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대사는 일본 사도광산과 관련해서는 한일이 협력하는 형태로 협상해서 세계유산 등록이 성사된 것은 “진전”이라며 “기시다 후미오 정부와 윤석열 정부가 아니었으면 어려웠을 것이라고 솔직히 느낀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사도광산 관련 전시물 개선이나 추도식은 신경 쓰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특히 “추도식은 한국에서 온 노동자들이 매우 가혹한 환경에서 힘든 일을 했다는 점을 인정하는 형태가 자연스럽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일본 정부에서도 정무관급 이상이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무관은 일본 정부 부처에서 부대신(차관)보다는 직위가 낮은 차관급 고위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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