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어서 못판다”…한강 책 펴낸 佛출판사 ‘즐거운 비명’
노벨상 수상 뒤 긴급히 8천부 추가 인쇄…파리 서점 곳곳 ‘품절’
(로마·파리=연합뉴스) 신창용 송진원 특파원 = 한국 최초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한강의 작품 ‘채식주의자’가 동명의 이탈리아어 연극으로 제작돼 유럽 관객들을 만난다.
1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델라세라, 주이탈리아 한국문화원에 따르면 이탈리아 극단 INDEX는 오는 25일부터 내년 2월까지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주요 도시에서 연극 ‘채식주의자’를 무대에 올린다.
이탈리아에서는 볼로냐·로마·밀라노·토리노, 프랑스에서는 파리·투르·툴루즈·샹베리·몽펠리에에서 현지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세계 최고 권위의 문학상을 거머쥔 한강에 대한 관심에 힘입어 연극으로 제작한 사례가 아니다. 극단 INDEX의 연출가 겸 배우인 다리아 데플로리안은 몇 년 전부터 한강의 작품세계에 푹 빠져 있었다고 코리에레델라세라는 전했다.
데플로리안은 “2018년에 친구를 통해 한강 작가의 책을 추천받아 몇몇 배우들과 함께 ‘채식주의자’를 읽게 되면서 연극 작품을 기획하게 됐다”며 “항상 겸손한 자세로 작가 활동에 임한 한강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받게 됐다는 소식에 매우 기뻤다”고 한국문화원을 통해 소감을 전했다.
그는 “특히 이번 수상으로 인해 연극 역시 조명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연극 ‘채식주의자’는 극단 INDEX가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주요 극장 및 페스티벌과 공동 제작했다. 한국문화원은 한국문학번역원과 함께 한국어로 집필된 소설이 이탈리아어 대본으로 충실히 제작될 수 있게 검수하는 등 연극 제작을 지원했다.
문화원은 로마에서 공연을 관람하는 현지 관객을 대상으로 관람평 이벤트를 진행해 관객들에게 ‘채식주의자’ 이탈리아 번역본도 선물할 예정이다.
전예진 한국문화원장은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으로 현지에서도 축하가 이어지고 있고, 연극 ‘채식주의자’에 대한 관심도 한층 높아졌다”며 “이번 연극을 통해 양국의 문화교류가 더욱 활발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열풍은 프랑스에서도 뜨겁다.
지난해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의 프랑스판을 출간한 현지 출판사 그라세 측은 이날 “책이 없어 못 파는 지경”이라며 한강 책에 대한 프랑스 독자의 관심이 치솟았다고 말했다.
그라세에서 한강 책 출간을 맡은 조하킴 슈네프 편집자는 “서점들이 출판사로까지 직접 찾아와 여유분이 없냐고 물을 정도”라며 “우리도 남은 게 없어서 어떻게 할 수가 없다”고 했다.
슈네프 씨는 “노벨상이 발표되면 늘 그렇듯 사람들이 해당 작가의 책을 원하고, 서점들도 마찬가지”라며 “새로 주문한 책이 나오기까지는 며칠이 걸리기 때문에 지금 파리 서점에서는 품절 상태”라고 전했다.
그라세는 지난해 8월 말 처음 ‘작별하지 않는다’의 불어판을 출간한 뒤 한강의 노벨상 수상 소식이 전해지기까지 1만3천부가량을 판매했다. 전날 노벨문학상 발표가 난 뒤 긴급하게 8천부의 추가 인쇄를 주문했다고 한다.
‘노벨상 수상 작가’를 알리는 띠지도 새로 주문했는데 일러야 오는 16일께나 시중에 나올 전망이다.
그라세 측은 8천부 발간 이후 추가 인쇄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슈네프 씨 말대로 이날 오후 찾은 샹젤리제 거리의 대형 도서·음반·전자기기 판매 체인인 프낙 매장에선 한강의 그 어떤 책도 찾아볼 수 없었다.
프낙의 한 직원은 재고 검색용 컴퓨터에 ‘작별하지 않는다’를 검색해 보고는 “재고가 없다”고 말했다. 이 직원이 보여준 모니터에는 19일에나 새 제품이 입고된다는 메시지가 떠 있었다.
changyong@yna.co.kr, s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