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세상의 모든 지식이 모이는 신의 사원 도서관. 평생 이곳에서 자라온 관장 쿠무치는 그 누구보다 박식하다.
하지만, 도서관 바깥세상에 대해서는 제대로 경험한 것이 없다. 만물을 글로만 익힌 관장은 진짜 세상을 배우는 긴 여정에 나선다.
‘율리’는 신의 사원 도서관장 쿠무치가 다양한 계층, 여러 민족과 길에서 만나 함께 걸어가는 이야기를 그린 웹툰이다.
쿠무치의 목적은 고향 함백의 차기 종교 지도자를 찾는 일이다.
정신적 지주인 큰하늘스승이 위독해지자, 현재 이웃 강대국에 볼모로 잡힌 후계자 작은하늘스승을 찾아와야 한다는 임무를 받고 먼 길을 떠난다.
그와 가장 먼저 동행하는 이는 작은하늘스승의 얼굴을 아는 노예 율리, 그다음에는 무뚝뚝한 지도 제작자 닝기 미하라, 전 용병대장 테르무진 등이 합류한다.
쿠무치는 고국의 독립을 꿈꾸는 리 소로칸을 호위하는 임무를 맡기도 하고 장사치 세이케이의 도움을 받아 함께 탈출하기도 한다.
이들이 모든 여정을 동행하는 것은 아니다. 우연히 목적지가 같거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질 때 잠시 함께할 뿐이다.
이처럼 함께 걷는 사람은 계속 바뀌지만, 쿠무치는 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전쟁의 잔재와 전염병, 가난, 노예 등을 보며 세상을 새로 배워나간다.
이야기 구조는 중국의 4대 고전 중 하나로 꼽히는 ‘서유기’와 닮았다.
서유기에서는 천축으로 향하는 삼장법사가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 등과 만나 함께 서쪽으로 간다.
쿠무치 관장의 여정에는 율리, 테르무진, 닝기 미하라, 리 소로칸 등이 동행한다. 다만 방향은 동쪽을 향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작중 배경과 복식, 문화 등은 티베트와 몽골 등에서 따온 것으로 보인다.
첫 무대가 되는 함백이 ‘세계의 지붕’이라고 불린다는 점은 티베트를, 호전적이며 주변 국가를 정복하는 사막 부족의 국가 나한드라는 몽골을 연상시킨다.
중앙아시아에서 영감받은 이국적이면서도 환상적인 배경 덕분인지 독특한 판타지 설정이 어색하지 않게 어우러진다.
이 세계관에서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 성별이 정해지지 않은 ‘미성’ 상태이고, 제각기 다른 시점에 남자 또는 여자로 변성한다. 이렇게 정해진 성별 역시 고정적인 것은 아니고 언제든지 다시 바뀔 수 있다.
흰 머리칼에 흰 얼굴을 한 백족은 머리카락을 잘리면 기억과 지성이 사라지고, 하늘에는 두 개의 달이 떠 있어 그 위치에 따라 날씨가 달라진다는 설정도 흥미롭다.
첫 작품 ‘샌프란시스코 화랑관’으로 오늘의 우리만화상을 받고, ‘계룡선녀전’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돌배 작가의 최신작이기도 하다.
네이버웹툰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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