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첫 목요일에 쏠린 관심…출판사 라이브 방송엔 3천명 참여
발표 순간 포착한 영상도 눈길…”‘한강 특수’ 출판 시장에 활기”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어? 한, 한강?”, “코리아라고?”
지난 10일 오후 8시께 민음사가 운영하는 유튜브 계정 ‘민음사TV’의 라이브 방송을 보던 시청자들은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되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인 최초로 수상의 영예를 안은 소설가 한강의 이름이 불리던 순간이었다.
시청자들이 참여하는 대화방에는 ‘한강’ 두 글자로 가득 찼고, 이런 상황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물음표를 띄운 글도 있었다. 한 시청자는 “이 순간을 함께하다니”라고 썼다.
당시 라이브 방송을 본 시청자는 3천여 명. 누적 조회 수는 20만5천회를 넘어섰다.
한강 작가가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작가로는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며 한국 문학의 새 역사를 쓴 순간, 국내 독자들은 함께 기뻐하며 영광의 순간을 즐겼다.
독서 애호가들에게 10월의 첫째 주 목요일은 ‘특별한 날’로 여겨진다.
노벨상을 선정하는 스웨덴 한림원은 의학·생리학상을 시작으로 물리학상, 화학상 등 각 분야 수상자를 발표하는데, 통상 문학상은 목요일에 발표하는 게 관행이었다.
상을 주관하는 한림원 측은 후보 명단과 평가 과정을 철저하게 비밀에 부치지만, 해마다 발표를 앞두고 주요 베팅 사이트에서는 누가 상을 받을지를 놓고 큰 관심이 쏠렸다.
출판계는 주요 문학상 동향과 그간의 수상자 이력을 분석하며 수상자를 예측했고, 독서를 취미로 하는 여러 모임에서도 ‘올해의 작가’가 누구일지 의견을 나눴다.
최근에는 수상자 발표를 온라인으로 생중계하면서 관심이 더 커진 듯한 모습이다.
평소 독서 모임에 참여하는 직장인 이모 씨는 “야근하다 잠시 짬을 내 노벨문학상 발표 생중계를 보고 있었는데 한강이라는 이름이 나오는 순간 나도 모르게 소리 질렀다”고 말했다.
실제 스웨덴 한림원 측이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노벨문학상 수상자 소식은 지금까지 1천12만명 이상이 봤고, 약 5만명이 이 게시글을 인용하거나 퍼 날랐다.
유튜브 생중계 영상은 12일 정오 기준 조회 수가 10만회 이상을 기록했으며 ‘한강 작가의 수상을 축하드린다’, ‘노벨문학상을 대한민국이 타다니’ 등의 한글 댓글이 잇따랐다.
작년에 이어 올해 라이브 방송을 한 민음사 측은 “문학상 발표를 앞두고 주요 후보가 누군지, 어떤 작품이 있는지 독자들과 함께 이야기했는데 반응이 좋았다”고 전했다.
중소 출판사의 한 관계자는 “유튜브로 노벨상 수상을 볼 수 있게 되면서 독자들의 반응이 즉각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강 작가의 경우, 그 반응이 더 폭발적이다”고 귀띔했다.
출판계도 이런 분위기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최신작인 ‘작별하지 않는다’를 비롯해 ‘흰’, ‘희랍어 시간’ 등의 작품을 펴낸 문학동네는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되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소식을 빠르게 전했다.
문학동네는 수상자 발표 순간에 직원들이 깜짝 놀란 채 뛰어다니는 순간을 담은 영상과 함께 과거 한강 작가의 기자 간담회, 낭독회 등 다양한 영상을 모아 선보이고 있다.
출판계에서는 한국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이라는 특수가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서점가에 따르면 교보문고와 예스24, 알라딘 등 주요 서점 3곳에서는 한강의 수상 소식이 알려진 뒤 하루도 채 되지 않아 관련 책이 30만부 넘게 판매됐다.
온라인 서점 베스트셀러 목록도 한강의 작품으로 채워진 상황이다.
출판계 한 관계자는 “최근 도서 시장이 다소 침체해 있었는데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큰 관심이 쏠리면서 활기가 돌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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