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발 하라리 “AI 시대라도 컴퓨터·코딩만 하는 건 위험”

이과 ‘몰빵’보단 균형감각과 유연성 배양이 더 중요

AI는 인간의 도구가 아니라 ‘행위자’가 될 수 있어

유발 하라리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우리는 20년 후에 어떤 기술이 필요할지 모릅니다. 누구도 그에 대해서 자신 있게 말할 수 없습니다. 컴퓨터, 코딩만 하다 보면 이뤄 놓은 모든 게 물거품이 될 수도 있어요.”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 히브리대 역사학과 교수가 15일 신간 ‘넥서스’의 출간을 맞아 국내 언론과 진행한 화상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요컨대 급변하는 인공지능(AI) 시대에 이과 과목에만 ‘몰빵’하는 것은 위험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는 AI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했다. 휴식 시간이 필요한 인간과 달리 AI가 24시간 내내 쉼 없이 정보를 읽고 해석하면서 ‘딥러닝’을 배우고 있어서다. 현재는 AI의 도약 속에 미래를 예측하기가 더더욱 어려워진 상황이다.

하라리는 “AI의 발전 속도를 봤을 때 앞으로 인간이 코딩할 필요가 없어질 수도 있다”며 “그런 상황에서 코딩을 공부하면 그간의 노력이 헛수고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 분야보다는 전반적인 역량을 강화하는 데 학생들이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했다. 머리(지능), 가슴(감성), 손(기술)을 다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유연성'(Flexibility)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I의 활용으로 사회는 더욱 빨리 변하고, 그 과정에서 특정한 직업은 사라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50세에 새로운 일을 배우는 게 흔해질 수 있어요. 그러려면 정신적 유연성이 필요합니다. 계속 배우고, 변해갈 수 있는 도구로서 교육이 필요합니다.”

하라리 자신도 정신적 유연성을 기르기 위해 하루 6~8시간을 읽고 쓴다. 그리고 이를 체화하고자 명상에 잠긴다. 그는 매일 2시간씩 명상을 한다고 한다. 1년에 한두 달은 아예 외부와 격리된 채 생활한다. 휴대전화도 보지 않고, 책도 숙소에 가져가지 않는다. 그는 “음식을 먹을 때 소화하는 시간이 필요하듯, 정보를 소화하는 데에도 숙고와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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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신간 ‘넥서스’에서 AI의 위험성에 대해 강하게 경고한다. 위험성의 핵심은 AI가 인류의 도구가 아니라 ‘행위자’라는 것이다. 특히 소수가 독점한 AI 기술 덕택에 미국이나 중국, 특정 기업이 부와 권력을 독차지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처럼 소수가 첨단 기술을 활용해 지배하는 사회로 변질할 가능성이 크지만, AI뿐 아니라 인류가 오랫동안 쌓아온 지식과 문화가 여전히 강력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가령,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에선 AI가 활용되고 있지만, 전쟁의 동인(動因)이 신화와 종교라는 점에서 그렇다.

“양측의 충돌 원인은 자원도, 땅도 아니다. 집과 병원을 지을 충분한 땅이 있고, 에너지와 식량도 풍부하다. 그들이 싸우는 원인은 ‘신화’ 때문이다. 이 땅을 다스릴 전적인 권리를 신이 주셨기에 땅을 나누면 안 된다는 것이다. 자원 때문이 아니라 인간이 상상으로 만든 신화에 대한 믿음 때문에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AI가 전쟁에 활용되고 있는 이 시대에도 수천 년 전에 탄생한 신화 탓에 전쟁이 발발했다. 그래서 역사와 문화는 아무리 오래됐을지라도 삶에서 중요하다.”

buff2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