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진 ‘제비꽃’ 재해석한 한국어곡 발표…”무명 시절 가족이 원동력”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저는 노래란 마음으로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이를 목표로 두고 활동해왔습니다.”
일본 가수 우타고코로 리에는 ‘한일가왕전’과 ‘한일톱텐쇼’ 등으로 비교적 최근 이름이 알려진 가수다. 감정을 실은 무대와 빼어난 가창력으로 시청자의 이목을 잡아끈 그는 실은 1995년 데뷔 이래 29년 동안 활동한 베테랑이다.
그의 본명은 나가오 리에(永尾りえ). 지금의 예명 우타고코로 리에(歌心りえ)는 ‘노래하는 마음’이라는 의미를 담아 만든 예명이다.
우타고코로 리에는 첫 한국어곡 ‘제비꽃’ 발매를 앞둔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소속사 nCH엔터테인먼트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하나 더 덧붙이자면 ‘리에'(RIE)로만 활동하면 검색해도 잘 나오지 않기에 임팩트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우타고코로라는 표현을 썼다”고 말했다.
그는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팀과 솔로를 오가며 활동했지만, 고국인 일본에서도 최근에야 TV 프로그램에서 그의 한국 활동을 조명할 정도로 긴 무명의 시간을 보냈다.
우타고코로 리에는 이 기간 음악을 포기하지 않은 원동력에 관해 묻자 “내가 결혼도 했고, 가족도 있기에 부모님과 언니 등 가족의 응원이 큰 힘이 됐다”고 답했다.
그는 “몇 번 좌절했던 시기도 있었다”며 “목을 제대로 쓸 수 없던 때가 두 번 있었는데, 노래를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했다. 다른 뮤지션의 노래를 들어보면서 ‘내게는 이제 노래하는 역할이 주어지지 않겠구나’ 하고 생각하기도 했다”고 되돌아봤다.
그는 그러나 “그럴 때 남편이 ‘그래도 네게는 노래가 있어’라고 말해주어서, 음악을 다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의 한마디가 컸다”고 말하며 웃었다.
우타고코로 리에는 전날 고(故) 조동진의 1985년작 ‘제비꽃’을 팝 발라드로 재해석해 발표했다. 이는 그의 첫 정식 한국어 발표곡이기도 하다.
그는 특유의 따뜻한 목소리로 꿈과 사랑, 슬픔과 좌절, 그리고 이를 달관하는 성숙의 과정을 묘사해냈다.
우타고코로 리에는 “처음에는 굉장히 소박한 노래라고 생각했고, 지금까지 내가 해 온 곡과는 곡조가 달라 어떻게 소화해야 할지 몰라 불안하기도 했다”며 “그런데 가사를 보고 이 노래의 세계관을 보니 마음에 들었다.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또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일본에서의 포크송과 비슷한 장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신시사이저로 시작해 서정적인 아르페지오가 곁들어지면서 애절하고도 다정한 느낌이 났다. 말하는 듯 대화하는 듯한 느낌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덧붙였다.
‘제비꽃’ 원곡은 ‘내가 처음 너를 만났을 때 너는 작은 소녀였고 / 머리엔 제비꽃 너는 웃으며 내게 말했지’하는 맑고 순수한 가사가 긴 여운을 안겨주는 노래다. 우리말이 아직 서툰 그에게 한국어로 이 노래를 부른다는 것은 커다란 도전이었을 터다.
우타고코로 리에는 “보컬 디렉터가 녹음 현장에 왔다. 웬만하면 부스 밖에서 전달 사항을 전해주셨는데, 말이 잘 통하지 않을 것 같으면 아예 녹음 부스 안으로 들어와서 입 모양을 알려주셨다”며 “‘땀방울’이라는 단어는 지금도 발음하기 어려운데, 그 입 모양을 직접 보여줬다”고 뒷얘기를 전했다.
그는 인상 깊은 가사로 2절의 ‘내가 다시 너를 만났을 때 / 너는 많이 야위었고’를 꼽으며 “딱 보기에도 (화자가 바라보는 대상의) 몸 상태가 안 좋아 보이는 묘사인데, 그렇게 슬프게 노래하지는 않으려 하는 느낌이 있어서 오히려 더욱 슬프고 쓸쓸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는 노래의 소재인 ‘제비꽃’에 주목하며 “일본에서도 이는 신경 쓰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가거나 밟을 수 있을 정도로 발치에 자라는 작은 꽃”이라며 “(1980년대) 혼돈의 시대에 젊은이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고 좌절한 시대 배경도 노래에 있지 않을까 한다. 제비꽃으로 그런 ‘밟힌 마음’을 표현하고자 하는 (조동진의) 의도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고 진지하게 말했다.
“지금은 제 노래 인생에서도 대전환기입니다. 한국에서 노래할 수 있는 것은 행운이거든요. 앞으로도 음악처럼 국가 간의 경계가 없는 것을 통해 한국에 대해 더욱 알아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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