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놈’ 시리즈 마지막 편…전작보다 스케일 크고 화려한 액션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베놈’ 시리즈의 주인공 베놈은 악당인지 영웅인지 헷갈리게 하는 캐릭터다.
흉측한 외모에 거친 입담과 잔혹한 성격만 봐선 여지없는 악당이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괴력을 발휘해 가끔은 좋은 일을 한다.
그가 안티히어로로 분류되는 것도 이런 이중적 성격 때문이다. 악당의 색채가 짙어 ‘빌런 히어로’로 불리기도 한다.
‘심비오트’라는 이름의 외계 생물체인 베놈은 다른 생물체를 숙주로 삼아 기생한다. 지구에 떨어진 베놈은 인류에게 극도로 위험한 존재지만, 비리를 캐고 다니는 기자 에디(톰 하디 분)의 몸에 기생하면서 복잡한 캐릭터로 변모한다.
마블 코믹스 히어로인 베놈은 영화 ‘스파이더맨 3′(2007)에도 등장했지만, 그를 주인공으로 삼아 본격적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풀어낸 것은 ‘베놈’ 시리즈다.
첫 작품 ‘베놈'(2018)과 속편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2021) 모두 흥행에 성공했다. 국내에서도 각각 388만명과 212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23일 개봉한 ‘베놈: 라스트 댄스'(이하 ‘베놈 3’)는 ‘베놈’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이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2012)와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2015)로 국내 관객에게도 유명한 배우 톰 하디가 1편과 2편에 이어 이번에도 주인공 에디 역을 맡았다.
한 몸으로 오래 지낸 에디와 베놈은 꽤 손발이 잘 맞지만, 아직도 티격태격할 때가 많다. 성질 급한 베놈은 종종 제 마음대로 행동해 숙주인 에디를 곤경에 빠뜨린다.
심비오트를 추적하는 사람들에게 쫓겨 다니는 둘은 심비오트의 창조주 ‘널’이 베놈을 찾아 무시무시한 외계 생명체 ‘제노페이지’를 지구에 급파하면서 일생일대의 위기를 맞는다.
‘베놈’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이기도 한 ‘베놈 3’는 전작보다 한층 스케일이 크고 화려한 액션으로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한다.
베놈은 ‘미션 임파서블: 로그 네이션'(2015)의 톰 크루즈처럼 비행 중인 여객기에 매달린 채 공중에서 제노페이지와 격투를 벌이고, 물살이 빠른 강에서 헤엄치면서 특수부대의 추격을 따돌리는 수중 액션을 선보이기도 한다.
말의 몸에 들어간 베놈이 에디를 등에 태워 황야를 질주하는 장면은 시원시원하다. 클라이맥스에선 군사 시설에 갇혀 있던 심비오트가 모두 풀려나 베놈과 함께 제노페이지에 맞서 장대한 액션을 펼친다.
안티히어로 베놈은 더없이 영웅적인 행동으로 감동을 주면서 관객에게 작별을 고한다. 영화를 보고 나면 인간과 지구를 사랑했던 베놈이 그리워질지도 모른다.
베놈의 내적 변화를 도출해내는 서사가 그렇게 탄탄하게 느껴지진 않지만,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줄 오락 영화로선 손색이 없어 보인다.
1편과 2편의 각본과 제작에 참여한 켈리 마셀 감독이 이번 작품의 각본을 쓰고 메가폰을 잡았다. 에디 역의 하디도 각본 과정부터 참여해 마셀 감독과 조율하면서 캐릭터를 구축했다.
‘베놈 3’에는 첨단 시각특수효과(VFX)가 적용됐지만, 마셀 감독은 사실감을 살리려고 대규모 세트를 지어 촬영했다.
심비오트를 가둬 놓은 지하 군사 기지도 사막 한가운데 지은 세트로 구현했고, 베놈과 특수부대가 벌이는 수중전은 대형 수조에서 찍었다.
‘베놈 3’는 한국에서 가장 먼저 개봉했다. 북미 지역 개봉일은 25일이다.
‘베놈 3’를 시작으로 ‘글래디에이터 2’와 ‘위키드’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잇달아 개봉하면서 겨울로 접어드는 극장가를 달굴 예정이다.
108분. 15세 관람가.
ljglor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