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울지마 톤즈’ 이어 후속작 ‘부활’도 가톨릭 성지서 상영
“함께 걷는 삶을 실제 행동으로 보여” “남수단에 위대한 선물”
(바티칸=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남수단의 슈바이처’로 불린 이태석(1962∼2010) 신부의 삶을 그린 영화 ‘부활’이 24일(현지시간) 바티칸에서 상영됐다.
세계주교대의원회의(시노드·Synod) 기간(2∼27일)에 맞춰 이날 바티칸 시노드홀 2층에서 열린 상영회에는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전 세계에서 온 주교 시노드 참석자 100여명이 자리했다.
지구촌 각지에서 온 이들은 낯선 아프리카 땅에서 헐벗고 굶주린 사람들을 위해 몸을 바친 이 신부의 모습에 눈시울을 적셨고, 그의 헌신과 가르침을 통해 성장한 제자들의 모습에 박수를 보냈다.
영화 부활은 이 신부의 숭고한 삶을 그린 영화 ‘울지마 톤즈’의 후속작으로 이 신부의 사랑으로 자란 제자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관객들은 영화를 통해 ‘함께 걷기’라는 시노드 본래의 의미를 되새겼다.
룩셈부르크 대교구장 장클로드 올러리슈 추기경은 “영화를 보는 내내 울었다”며 “우리가 시노드에서 얘기했던 많은 주제에 대해, 특히 함께 걷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이 신부가 아름다운 본보기를 보였다”고 밝혔다.
남수단 주바 대교구장 스테판 아메유 마틴 물라 대주교는 이 신부가 남수단 출신인 자신도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해냈다며 놀라워했다.
그는 “나도 이태석 신부처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 신부는 남수단에 위대한 선물을 남기고 떠났다. 이 예외적인 선물을 통해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 대한 사랑과 자비의 정신을 배우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영화 상영회에 많은 이가 모인 것은 한국인 최초 교황청 장관인 유흥식 추기경이 적극적으로 이번 행사를 홍보한 덕이 컸다. 유 추기경은 상영 장소 섭외에도 큰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유 추기경은 “시노드적인 삶을 살아간다는 게 어떤 것인지 이태석 신부는 실제 행동으로 보였다”며 “영화를 본 많은 사람이 이태석 신부에게서 함께 걸어가는 삶의 모습을 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노드 사무총장인 마리오 그렉 추기경과 옆에서 같이 영화를 봤는데 너무 감동적일 때는 내 손을 꼭 잡더라”라며 “이 신부의 메시지가 그만큼 큰 것”이라고 했다.
영화가 상영된 시노드홀은 가톨릭의 성지인 바티칸의 중심부에 자리하고 있다. 바티칸 주재 외교 사절들도 쉽게 접근할 수 없을 정도로 시노드 등 주요 행사가 열릴 때만 개방하는 곳이다.
울지마 톤즈 역시 2011년 바티칸에서 상영됐지만 당시에는 바티칸 외곽에 있는 성 비오 10세 홀에서 열렸다. 그래서 이번 부활 상영회가 훨씬 더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 한국인 성직자는 시노드와 결부된 이번 상영회가 미국 뉴욕 유엔본부 총회에서 한국 영화를 상영하는 것과 거의 같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바티칸에 ‘이태석 신부 알리기’는 오현주 주교황청 대사가 시작했다.
대사관 주관으로 지난달 28일 이탈리아 로마의 교황청립 라테라노대에서 열린 부활 상영회가 입소문을 타고 시노드홀 상영으로까지 이어졌다.
오 대사는 “이태석 신부야말로 가톨릭의 정신을 가장 잘 구현한 분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며 “영화 부활은 이태석 신부만을 기억하라는 게 아니라 이 신부의 사랑이 어떻게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변화를 가져오는지를 보여준다. 그게 그분의 유산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또 “이 영화를 보는 많은 사람이 남수단에 남은 이들을 기억하길 바란다”며 “아직도 전 세계에는 잊힌 곳이 많다. 남수단도 그런 나라 중에 하나”라고 덧붙였다.
이번 영화 상영회는 사단법인 이태석재단과 주교황청 한국 대사관이 함께 주관했다.
이 신부는 인제대 의과대 졸업 후 다시 가톨릭대학에 입학해 로마 유학을 거쳐 2001년 39세 나이로 김수환 추기경에게 사제 서품을 받은 뒤 곧바로 아프리카 남수단 톤즈로 나갔다.
극도로 열악한 상황에서 병원을 직접 세우고 한센병 등 여러 질병에 시달리는 주민들을 진료하면서 한편으로는 학교 기숙사를 지어 어린이를 가르치고 악단을 만드는 교육활동도 펼치다 대장암에 걸려 선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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