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활명수’서 양궁 감독 역…”휴먼 드라마 속 소소한 재미”
“다시 만난 진선규 언제나 맑은 사람…’극한직업 2’ 항상 기다려”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일명 더티 섹시의 표본을 보여준 ‘내 아내의 모든 것'(2012)부터 허술한 마약팀 형사로 분한 ‘극한직업'(2019), B급 감성을 제대로 녹인 ‘닭강정'(2024)까지. 다양한 코미디 영화로 필모그래피를 채운 류승룡은 영화계에서 가장 코믹 연기를 잘하는 배우 중 하나로 꼽힌다. 악역 같은 얼굴을 하고서 무심하게 내뱉는 말투, 상대 배우와 주고받는 ‘티키타카’, 즉석에서 만들어내는 애드리브 등 웃음에 필요한 거의 모든 능력을 갖췄다고 평가받는다.
김창주 감독의 신작 ‘아마존 활명수’에서도 그의 장기가 발휘된다. 특유의 말맛을 살린 대사와 몸을 사리지 않는 슬랩스틱이 어우러졌다.
“코미디 연기, 너무 어렵죠. 솔직히 저도 고통스러워요. 하지만 콜드브루를 한 방울 한 방울 추출하는 것처럼 미세한 공정을 거친 끝에 관객이 웃음이 터지면 그게 참 보람 있어요.”
24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류승룡은 “굉장히 치열하게 고민하며 아이디어를 냈고, 매 장면 장인정신으로 임했다”고 촬영 당시를 돌아봤다.
류승룡은 ‘아마존 활명수’에서 아마존의 전사들을 훈련해 세계양궁선수권대회에 출전하게 된 전 국가대표 양궁 선수이자 물산 회사의 만년 과장 진봉을 연기했다. 말이 통하지 않는 원주민들과 어떻게든 소통하려 분투하고, 한국에 돌아와서는 아내 수현(염혜란 분) 때문에 벌벌 떠는 모습이 애잔하면서도 웃음을 준다.
“울음의 종류가 다르듯이 웃음 역시 종류도, 표현 방법도 다양해요. 저는 개인적으로 시치미를 뚝 떼는 코미디를 좋아합니다. 전 안 웃는데 관객만 웃기는 거죠. 배우는 즐거운 상태를 유지하면서도 객관적으로 (이 연기가 웃길지) 판단하려고도 하고요.”
하지만 류승룡이 이 작품에서 코믹 연기에만 치중한 것은 아니다. 후반부 영화의 분위기가 휴먼 드라마로 바뀌면서 진지하고 따뜻한 면모도 보인다.
류승룡은 “처음엔 진봉과 전사들이 겪는 좌충우돌과 해프닝을 보여줬다면 나중에는 진봉의 원래 모습이 나온다”며 “캐릭터가 성장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런 연기가 나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작품은 류승룡이 주연한 영화 ‘극한직업'(2019)의 배세영 작가가 시나리오를 썼다. ‘극한직업’이 1천600만여명을 동원한 흥행작인 데다 류승룡과 진선규가 재회한 작품인 만큼 웃음에 대한 관객의 기대가 크다.
류승룡 역시 “‘극한직업’으로 인해 관객의 기대치가 높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아마존 활명수’는 휴먼 드라마에 가까운 이야기 속에 소소한 재미가 첨가된 작품이라 성격은 다르다”라고 강조했다.
“배세영 작가는 귀엽고 발칙한 발상을 하면서도 (캐릭터는) 현실에 맞닿아 있는 작품을 많이 쓰잖아요. 개인적으로 그런 작품을 선호해요. 선규는 다시 봐도 참 맑은 사람이고요. 존재만으로도 웃음을 주고 위안이 돼서 저희끼리는 ‘선규 테라피’라고 했었어요, 하하.”
류승룡과 진선규는 이하늬, 이동휘, 공명 등 ‘극한직업’ 배우들과 지금까지도 꾸준히 만나고 있다. 3년 전부터는 한마음 한뜻으로 속편을 만들면 좋겠다는 얘기도 하는 중이라고 한다.
“‘극한직업 2’는 저희끼리 입이 아플 정도로 계속 이야기해왔어요. 받은 사랑이 너무 크기 때문에 보답하고 싶은 마음인 거지요. 저는 항상 ‘스탠 바이’입니다. 열쇠를 쥐고 있는 분들이 길을 잘 열어주면 좋겠어요.”
류승룡은 영화 ‘7번방의 선물’에서 부녀 사이로 호흡한 아역배우 갈소원과도 매년 만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여섯 살일 때 만난 아이가 지금은 고3이 됐다”면서 “아들만 둘 있는데 소원이가 딸 같다”며 웃었다.
류승룡은 한 작품에 출연한 후배 배우들의 영화나 연극 시사회에 참석하고 커피 차를 보내주는 등 묵묵히 응원을 건네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김혜수 씨가 후배들에게 베푸는 것을 보고 많이 배웠다”며 “촬영 현장에서는 ‘불평불만 하지 않는다, 자랑하지 않는다, 즐거운 기분을 유지한다’ 세 가지 원칙을 지키는 한편 책임감을 지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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