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한 박정자 연기 눈길…”외국 팬들 ‘언니’라고 불러”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지옥’은 제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작품이지만, 시즌2를 보면서 개인적인 인연을 떠나 좋은 작품이라는 걸 새삼 느꼈어요. 그걸 뒤늦게 깨달았고 제가 참여했다는 게 큰 영광이에요.”
배우 김신록은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드라마에 출연했으나 그의 이름과 얼굴을 대중에 각인시킨 작품은 2021년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 시즌1이다. 이 때문에 그는 과거 ‘지옥’을 두고 “제 인생 2막을 열어준 작품”이라고 언급했다.
시즌2 공개를 기념해 2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신록은 “운 좋게 부활해서 시즌2까지 참여할 수 있어 정말 다행”이라며 작품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지옥’은 별안간 몇몇 사람 앞에 유령 같은 형체가 나타나 사망 시간을 ‘고지’하고, 예고된 시간에 괴생명체들이 나타나 통보받은 사람을 무자비하게 폭행하고 태워 죽이는 이른바 ‘시연’ 현상이 벌어지는 판타지 드라마다.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 벌어지자 이를 신의 뜻이라고 멋대로 해석하는 사이비 종교 ‘새진리회’와 그 교리를 추종하는 폭력집단 ‘화살촉’이 득세하면서 세상은 아비규환이 된다.
김신록이 연기한 박정자는 시즌1 초반부 시연을 당해 사망한다. 박정자의 죽음은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뤄져 시연이라는 초자연적 현상이 대중에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된다. 이후 박정자는 4년 만에 다시 살아나는데, 시즌2에서 정부와 새진리회는 박정자를 이용해 새 교리를 만들어 사람들을 또 한 번 현혹하려 한다.
김신록은 이번 작품에서 혼이 빠져나간 듯 멍한 눈빛과 힘없이 높은 톤의 목소리로 지옥에 다녀온 박정자를 묘사했다. 지옥에서 무엇을 봤는지 묻는 이들에게 그는 “끝없는 그리움, 절망감”이라고 대답하는데, 지옥의 심연을 본 인물의 심경을 실감 나게 표현했다.
김신록은 “연상호 감독님이 ‘시즌1에서 안정적으로 연기를 잘 해줬으니 시즌2에서는 더 과감하게 리얼리즘을 벗어나도 좋겠다’고 하셨고, 제 나름대로 그걸 받아들여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높은 톤의 목소리로 대사를 소화한 이유에 대해 “박정자는 부활한 이후 거의 말을 하지 못하고 새진리회에 4년 동안 갇혀 있었다”며 “몸이나 소리가 일상에서 많이 벗어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굉장히 돌발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는 인물이어서 오히려 마음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며 “인물의 행동에 일정한 통일성이 있어야 한다는 요구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지옥’은 괴생명체를 묘사한 컴퓨터그래픽(CG)과 배우들의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력도 볼거리지만, 작품 속 고지와 시연 등 초자연적 현상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둘러싼 분분한 해석도 재미 요소로 꼽힌다. 시즌2에선 박정자가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이 생겨 그 재미를 더했다.
김신록은 이에 대해 “이 작품은 ‘왜?’라는 질문에 대답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 같다”며 “예를 들어 ‘내가 왜 태어났는지’, ‘왜 나한테 이런 불행이 일어났는지’ 스스로 질문하는 일이 있지만, 대답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 작품은 고지나 시연이 왜 일어나는지, 박정자에게 왜 미래를 보는 능력이 생겼는지를 질문하기보다 그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질문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신록은 지난 25일 공개된 ‘지옥’ 시즌2와 함께 올해 넷플릭스 작품 3편에 출연했다. 올해 상반기 ‘스위트홈’ 시즌3가, 이달 11일 ‘전,란’이 공개됐다.
세계적으로 서비스되는 넷플릭스 작품에 잇달아 출연해서인지 김신록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그를 영어로 ‘언니'(Unni)라고 부르는 해외 팬의 댓글이나 메시지가 많아졌다고 한다. 김신록은 “외국어로 쓴 댓글이나 메시지를 보면 감동적”이라며 “천지가 개벽할 일이 벌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작품에만 집중하는 것은 아니다. 8월에는 직접 연출을 맡은 연극 ‘없는 시간’ 무대에 올랐고, 내년 방영 예정인 ENA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당신의 맛’도 촬영 중이다. 상반기 개봉한 영화 ‘설계자’에도 형사로 출연했다.
김신록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매체 불문, 장르 불문하고 연기하고 싶다”고 털어놨다.
“‘지옥’ 시즌1이 나올 때가 막 OTT가 활성화할 때였던 것 같아요. ‘오징어 게임’이 나오고 한국 콘텐츠에 관심이 커졌고요. 다음 세계는 어떤 세계가 될까요? 어떤 작품을 하고 싶다기보다 다양한 장르를 다양한 매체에서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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