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14 14:00
(서울=연합뉴스) 김지선 기자 = “처음에 수상 소식을 듣고 믿을 수 없었어요. 밤낮없이 뛰어다닌 열정을 좋게 봐주신 것 같습니다.”
제1회 다문화 어워즈 개인 부문 대상(여성가족부 장관상)을 받은 아마도바 라힐(34)씨는 14일 “저보다 더 오랫동안 활동한 분도 많이 계시다”며 겸손해했다.
아제르바이잔 출신으로 지난 2008년 정부초청장학생(KSGP)에 선발돼 한국에 유학 온 라힐씨는 2014년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다문화가정을 이뤘다.
중학교 교과서에서 한국을 처음 접하고 전쟁을 겪은 나라의 눈부신 성장에 놀랐다는 그는 이후 드라마 대장금을 보며 한국 문화에 푹 빠졌다.
대구지역 대학·대학원에서 공부하고 프리랜서 통·번역가, 아제르바이잔 대사관 직원으로 일하면서도 역사 공부는 게을리하지 않았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단재 신채호 선생 말씀처럼 역사를 제대로 알리는 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최초의 외국인 객원 해설사로 관광객들에게 한국사를 소개하고, 해외문화홍보원 대한민국바로알림단의 일원으로 한국 관련 정보를 잘못 표기한 해외 사이트를 찾아내 바로잡기도 했다.
한국인들이 ‘기모노’를 입고 ‘다다미방’에서 생활한다는 내용을 수정한 것을 가장 보람 있는 일로 꼽았다.
국내 체류 외국인들에게 자신의 정착 노하우를 공유하는가 하면, ‘다이음 강사’로서 일선 학교 강의를 통해 다문화 인식 개선에도 앞장서고 있다.
지난해에는 여가부 다문화가족 참여위원으로 위촉돼 ‘제4차 다문화가족정책 기본계획’ 수립에도 기여했다.
영어는 물론 튀르키예어, 러시아어까지 구사하는 라힐씨는 ‘토종 한국인’으로 오해받을 만큼 한국어도 유창하다. 어린 시절 내전 발발로 난민촌에 잠시 살았던 경험까지 더해 누구보다 생생한 얘기를 들려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헌혈과 기부, 봉사 등 나눔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 자신도 없기에 그동안 받은 사랑을 사회에 돌려주고 싶은 마음에서라고 한다.
라힐씨는 “두 살배기 딸이 더 아름다운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긍정의 시선으로 서로를 배려하는 다문화사회를 만드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sunny1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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