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17 16:07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사고로 기억을 잃은 천재 소녀 최로희(유나 분). 모든 것이 혼란스럽고, 자신이 아빠라고 주장하는 김명준(윤계상)은 의심스럽다.
똑똑한 로희는 김명준의 거짓말을 금세 간파하고, 그가 아빠가 아닌 유괴범이라는 사실을 알아채지만, 부모가 살해되고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의지할 사람은 어설프고 마음 약한 김명준 하나밖에 없다.
ENA 드라마 ‘유괴의 날’에서 경쟁률 500대 1을 뚫고 최로희 역에 발탁된 아역배우 유나(12)는 벌써 세상의 이치를 알아버린 로희의 외로움과 씁쓸함을 절제된 감정 연기로 섬세하게 그려낸다. 어린 나이인데도 여느 성인 배우 못지않은 섬세한 캐릭터 해석과 연기력에 ‘전도유망한 배우’라는 호평이 나온다.
유나는 17일 서면 인터뷰를 통해 “로희는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지만, 분명 강한 사람”이라며 “최로희의 모든 말과 행동에 제 나름의 인물 해석을 담았다”고 말했다.
“특히 눈빛에서 전달되는 의미가 크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김명준에게 투덜대면서도 명준을 힐끗 본다든지, 눈으로 살짝 웃는다든지 그런 사소한 행동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로희가 점점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을 표현하고 싶었죠.”
유나는 2021년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으로 데뷔했고, 지난해 공개된 애플TV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에서 어린 선자를 연기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유나는 “엄마가 재능을 알아봐 주셨고, 동네 뮤지컬 학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연기를 시작하게 됐다”며 “오디션을 보면서 연기를 잘한다는 칭찬을 들을 때마다 뿌듯하다. 배우라는 직업은 정말 매력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게 많은 분량을 연기한 건 처음인데 긴장도 되고 책임감도 많이 느꼈어요, ‘유괴의 날’은 사람과 사람의 이야기라서 더욱 재미있게, 많이 봐주시는 것 같아요. 끝난 후에도 다시 찾아보게 되는 드라마로 남을 것 같습니다.”
시청률 1.8%(닐슨코리아 제공)로 출발한 ‘유괴의 날’은 밀도 있는 서사와 배우들의 호연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시청률 상승세를 그렸다. 가장 최근 방송된 9화는 첫 회 시청률의 2배를 웃도는 4.2%로 자체 최고 기록을 세웠다.
극에서 김명준을 쫓는 강력반 형사 박상윤도 극의 완성도를 높이는 인물 중 하나다.
박상윤을 연기한 박성훈(38)은 “상윤은 원칙주의자에 날카롭고 집요한 인물”이라며 “전작이었던 ‘남남’에 이어서 또 한 번 경찰 역을 맡았는데 외적으로 차별점을 두기 위해 체중을 10kg 정도 감량했다”고 밝혔다.
박상윤은 몸을 사라지 않고 집요하게 사건의 이면을 파고들고, 1개월 정직에 3개월 감봉이라는 처벌을 받으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진실을 추적한다.
박성훈은 “형사로서의 사명감과 정의감 그리고 피해자를 생각하는 마음이 상윤의 원동력”이라고 꼽았다.
2008년 영화 ‘쌍화점’으로 데뷔한 박성훈은 지난해 공개된 넷플릭스 화제작 ‘더 글로리’에서 악랄한 학교 폭력 가해자 전재준 역을 맡아 큰 주목을 받았다.
박성훈은 “‘유괴의 날’로 이렇게 큰 사랑을 받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지금까지 제가 참여한 작품들이 감히 예상치 못한 큰 사랑을 받게 되어 배우로서 감사할 따름”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전재준을 미워하면서도 사랑해주시는 분들이 여전히 많은 것 같습니다. 전재준이라는 캐릭터가 강렬했던 만큼 당분간은 전재준으로서 많이 기억되겠지만, 앞으로 또 다른 이름으로 불릴 수 있을 만큼 더 매력적이고 특색 있는 캐릭터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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