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독친(毒親)은 자식에게 독이 되는 부모를 의미한다.
김수인 감독이 연출한 영화 ‘독친’은 제목에서부터 명확하게 주제를 가리키고 있다.
관객은 영화 속 엄마인 혜영(장서희 분)에게 문제가 있다는 걸 객석에 앉을 때부터 짐작하게 된다.
이 영화는 온라인으로 만난 사람들의 동반자살이라는 충격적인 사건으로 시작한다. 차량에서 발견된 시신들에는 고등학생 유리(강안나)도 있다.
영화는 이 사건을 수사하는 오 형사(오태경)의 시점을 따른다. 경찰 수사를 따라가면서 미스터리를 파헤치는 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폐쇄회로(CC)TV 영상과 경찰의 탐문 조사 대상인 사람들의 증언으로 퍼즐이 하나둘 맞춰진다.
이 과정에서 관객은 유리의 엄마 혜영이 문제의 근원이라는 걸 짐작하면서도 스릴을 느끼게 된다. 여기엔 유리와 동급생 예나(최소윤)의 의문스러운 관계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혜영은 자기 확신으로 꽉 찬 캐릭터다. 딸에게 최선을 다했다고 믿는 그는 유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 이유가 없다고 강변하지만, 사건의 실체가 밝혀지면서 무너진다.
이 영화는 제목에서 보듯 자식에 대한 부모의 비뚤어진 사랑에 초점을 맞췄다.
자식이 도달해야 할 기준을 정해놓고 물심양면으로 지원하지만, 기대가 꺾이면 증오로 바뀐다. 유리의 담임교사 기범(윤준원)의 아버지가 이를 잘 보여준다.
김 감독은 ‘사회적 문제’보다는 ‘개인적 문제’에 집중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누군가를 잘못된 방식으로 사랑하는 것’을 조명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부모의 과도한 교육열은 극심한 양극화와 같은 사회적 문제의 산물이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독친’에서도 혜영이 직장에서 상류층 고객으로부터 갑질을 당하는 장면이 나온다. 혜영의 이런 경험이 자식에 대한 태도에 영향을 미쳤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영화가 어떤 방식으로든 좀 더 사회적 맥락을 끌어들였다면 유리의 고통에 대해서도 관객이 그만큼 깊이 공감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독친’은 김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체크메이트'(2018) 등 단편을 연출해온 그는 올해 4월 개봉한 공포영화 ‘옥수역귀신’의 각색을 맡았다.
김 감독은 지난 17일 시사회에서 “20대 시절 학원강사 생활을 꽤 오래 했는데 대치동에서만 2년을 했다”며 당시의 경험을 이번 작품에 녹여냈다고 말했다.
‘허준’, ‘태조 왕건’, ‘불꽃’ 등 TV 드라마로 인기를 누린 장서희는 6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했다. 이번 작품에서 그는 자신에게 문제가 있음에도 그걸 전혀 모를 정도로 아집에 찬 사람의 서늘한 표정을 스크린에 펼쳐낸다.
넷플릭스 드라마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등에 출연한 강안나는 스크린 주연은 처음인데도 과도하지 않은 연기로 능숙하게 이야기를 끌어간다.
11월 1일 개봉. 104분.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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