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24 03:00
독도 모습 눈에 담은 승객 “수영해서라도 가고 싶어…더 알려지길”
(울릉·독도=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우산(于山)과 무릉(武陵) 두 섬은 서로 거리가 멀지 않아 날씨가 맑으면 바라볼 수 있다.’
1454년 완성된 ‘세종실록’ 지리지는 우산(독도)과 무릉(울릉도)을 이렇게 기록한다.
날씨가 좋으면 맨눈으로 볼 수 있다고 할 만큼 가까웠다는 의미다. 예부터 주민들이 독도를 울릉도의 부속 섬으로 인식한 것도 이 때문일 테다.
울릉도와 독도의 지리적 거리는 87.4㎞. 그러나 독도로 가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독도의 날'(10월 25일)을 엿새 앞두고 지난 19일 동북아역사재단과 함께 찾은 독도는 ‘3대가 덕을 쌓아야 비로소 갈 수 있다’는 말이 여실히 느껴지는 곳이었다.
오전 9시 10분께 경북 울릉 사동항 여객선터미널을 출발한 여객선 씨플라워호는 1·2층에 있는 약 450석 가운데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가족, 친구와 함께 배를 탄 사람들은 독도를 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에 차 있는 모습이었다. 손에 태극기를 들고 있거나 태극기가 그려진 머리띠, 두건을 쓴 사람도 눈에 띄었다.
파도가 조금 높을 것 같다는 선장의 말처럼 뱃길은 험난한 편이었다.
몇 차례 파도가 높게 일렁이자 배가 크게 기울었고, ‘파도가 높아 흔들릴 수 있으니 각 자리에서 개인 안전에 신경 써달라’는 선내 방송이 2∼3차례 나오기도 했다.
출발한 지 1시간 정도 지났을 무렵 배 안 어디선가 ‘홀로 아리랑’ 노래가 흘러나왔다.
‘저 멀리 동해 바다 외로운 섬 / 오늘도 거센 바람 불어오겠지 / 조그만 얼굴로 바람 맞으니 / 독도야 간밤에 잘 잤느냐 / 아리랑 아리랑 홀로 아리랑…’
이어 ‘독도는 우리땅’ 노래가 나오자 승객들은 저마다 노랫말을 흥얼거리기도 했다.
그러나 오전 10시 40분께 “현재 너울성 파도가 심해 (동도 부두) 접안이 어렵다”는 안내 방송이 나오자 곳곳에서는 ‘아’ 하는 탄식이 나왔다.
독도에 가는 여객선을 타면 동도 부두에 내려 약 30분간 관람할 수 있다. 그러나 독도 주변에는 방파제가 없어 기상 여건이 조금이라도 좋지 않으면 입도 자체가 어렵다.
더군다나 주말까지 배 운항이 어려울 수도 있었던 상황이라 아쉬움도 더 컸다.
선사 측에 따르면 울릉도와 독도 사이를 오가는 여객선은 보통 3월 중순∼11월 중순까지 운항하는데, 최근에는 날씨로 배를 접안하고도 내리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아쉬움을 달래며 승객들은 눈으로나마 독도의 모습을 담았다.
약 1㎞ 떨어진 바다 위에서 독도를 바라보던 이들은 휴대전화를 들어 기념사진을 남겼다. ‘독도는 대한민국 고유의 영토입니다’고 적힌 종이를 들고 독도를 배경으로 사진 찍는 이들도 있었다.
친구들과 함께 온 이은희 씨는 “‘독도에 들어갈 수 있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말했는데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쉽다. 그런데 보는 것만으로도 뭉클하다”며 눈시울을 살짝 붉혔다.
울릉·독도 여행이 처음이라는 김기태 씨는 “배 위에서 바라보니 정말 수영을 해서라도 가고 싶다”며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점을 더 많이, 널리 알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독도를 바라본 사람들은 더 많은 이들이 독도의 의미를 알고 함께 기억하기를 바랐다.
충남 천안에서 가족과 함께 온 초등학교 4학년 김태융 군은 “우리 땅 독도가 외롭지 않도록 많은 사람이 왔으면 좋겠다”며 “다음에는 꼭 독도에 들어가 볼 것”이라고 말했다.
독도를 찾는 관람객은 코로나19 이후 크게 줄었다가 최근 회복세를 보인다.
동북아역사재단과 독도관리사무소 등에 따르면 작년 한 해에는 28만312명이 독도 땅을 밟았고, 올해는 지난 22일까지 18만2천624명이 방문했다.
yes@yna.co.kr